집행없는 사형, 언제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왜 사형이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합당한 처벌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형제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여서다. 30년 가까이 집행 없는 사형, 이대로 두는 것이 옳을까. 논의를 다시 시작할 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왜 사형이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합당한 처벌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형제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여서다. 30년 가까이 집행 없는 사형, 이대로 두는 것이 옳을까. 논의를 다시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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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줄고 있다.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은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 등을 도입하며 형벌 체계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법조계에서는 한국도 대체 형벌 체계 도입을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2024년 사형선고 및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총 113개국이다. 2015년 102개국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1개국이 늘었다. 법률상 존재하더라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폐지국까지 포함하면 같은 기간 140개국에서 145개국으로 늘었다. 실제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은 대체로 종신형이나 장기 자유형을 도입·강화하고 기존 사형 선고를 무기징역이나 장기형으로 전환했다. 전환은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3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오랜 논의 끝에 '살인죄 사형 폐지법'이 1965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반역죄나 일부 군사 범죄에는 사형 규정이 남아 있었는데, 1998년 관련 법 개정으로 잔존 민간 범죄의 사형을 폐지하고 군사 범죄에 남아 있던 사형도 종신형으로 대체했다.
사형제 존폐 문제는 수십년 전 처음 부상했지만 사형제가 실제로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형제의 효용성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사형제 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만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쪽은 사형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내세운다. 반대로 사형제를 반대하는 쪽은 사형이 범죄자를 극한으로 몰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사형제의 효용성을 증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효용성은 범죄 예방효과인데 이를 뒷받침할 수치를 만들기 어려워서다. 범죄는 발생에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고 표본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현재 존재하는 통계들은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해 심리했을 때 참고인이었던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가 억지력을 발휘하는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앰네스티가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규정하기까지 수십년간 한국 사회는 사형제 존폐를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이어왔다. 기본적으로 사형 존치론이 높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폐지론이 부상하기도 했다. 현행 형법은 수형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정해두고 있다. 사형은 교정시설 내에서 교수(絞首)해 집행한다. 목을 매단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형은 28년째 집행되지 않고 있다. 1997년 12월 지존파 등 23명을 마지막으로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자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자연스레 사형 선고 건수도 줄었다. 매년 사형이 선고된 인원을 10년 단위로 모아 평균을 내 보면 1980~1989년 11. 8명, 1990~1999년 11. 1명이다. 2000~2009년엔 3. 7명으로 급감했다. 2010년 2명, 2015년 1명을 끝으로 현재까지 사형이 선고된 사례가 없다. 마지막 사형 선고는 2015년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범 임도빈 병장이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간간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진보 진영까지 '사형 선고'를 외쳤다. 반면 법조계에선 무기징역이 합당한 처벌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한국에서 사형은 1997년 이후 약 30년간 집행되고 있지 않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인 셈이다. 사형을 구형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조차도 구형 당시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다. 수도권 부장판사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사형 선고는 쉽지 않다. 현직 판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시대적 흐름을 강조했다. 그는 "15~20년전쯤 사형 선고를 해봤다"면서도 "지금 생각을 갖고 옛날로 가도 사형 선고는 어려울 것 같다"고도 말했다. 실제 사형제에 대한 찬반 여론은 시대에 따라 갈려왔다. 독재정권 시기 사형이 악용된 사례가 있었을 땐 폐지론이, 아동에 대한 납치 및 살인 등이 사회 문제가 됐을 때는 찬성론이 득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