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중 물 '뚝' 끊겼다..."시설 이게 뭐냐" 교도관 고소하는 수용자들

양윤우 기자
2026.04.19 12:00

[르포]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 7평 방에 13명 살아

경기 안양교도소 생활관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15일 오전 머니투데이가 방문한 경기 안양교도소 생활동의 2층 혼거실, 정오쯤 되자 물이 끊겼다. 점심 식사를 마친 수용자들이 식기와 수저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수도꼭지를 잠갔다가 다시 틀어도 물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아직 설거지를 못 한 식기들이 쌓여만 갔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노후한 급수 설비 탓에 물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물 공급이 멈추는 일이 반복된다"며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씻는 물과 생활용수 사용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1963년 준공된 안양교도소는 현재 운영 중인 교정시설 중 가장 오래됐다. 법무부는 그동안 보수와 보강을 반복하며 시설을 유지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교도소 관계자는 "더는 유지할 수 없다"며 "재건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안양교도소 부지는 33만㎡(약 10만평) 이상으로 넓지만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낮은 층으로 퍼져 있는 구조라 수용과 관리 효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24.46㎡(약 7.4평) 규모의 방에 11∼13명의 수용자가 함께 생활한다. 적정 인원의 2배 수준이다. 일시적으로는 최대 20명까지도 수용되는 경우 있다고 한다.

과밀 수용과 시설 노후화는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섰다. 수용자 기본권 보장과 교정행정의 실효성, 현장 직원의 안전과 사기까지 함께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안전과 위생 등 교도소 운영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은 작은 불편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교도관들이 모두 현장에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다른 교정본부 관계자는 "수용자들이 시설 문제나 처우 문제를 근거로 교도관이나 교정본부를 상대로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고소·고발이나 민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시설 문제까지 현장에서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안양교도소의 이전·재건축 논의는 1999년부터 이어졌다. 그러나 뚜렷한 결론은 여태 없다. 법무부는 노후 시설을 서둘러 현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안양시와 지역사회에서는 도심 한복판의 교정시설을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

정부와 안양시 간의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0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안양시는 거부했다. 결국 2011년 법무부가 안양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안양시가 1~3심 모두 패소했지만 이후에도 반대와 지역 갈등 탓에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법무부는 현장 교도관들의 근무 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시설 현대화는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현장 점검 뒤 "20여 년 전 찾았던 안양교도소의 모습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과밀 수용 해소와 시설 개선을 통해 교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이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양교도소 생활동 /사진제공=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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