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이 여유로운 삶을 즐기던 이른바 '딩크족' 부부들 사이에서 최근 '조카 부양'과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모의 재산이 당연히 자녀에게 승계되는 일반 가구와 달리,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남편이나 아내 중 한쪽이 조카를 '대리 자녀'로 삼아 과도한 지원을 하면서 부부간 신뢰가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결혼 8년 차인 40대 여성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최근 남편과의 갈등으로 밤잠을 설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동으로 자란 A씨는 난임 끝에 아이를 포기하고 남편과 둘만의 인생을 즐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동생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평화롭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카가 예뻐 자주 찾았지만, 동서의 불편해하는 기색을 읽은 A씨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선택했다. 문제는 남편이었다. 아내 몰래 조카에게 고가의 의류와 물품을 사주는가 하면,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동생 부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기세를 보였다.
A씨 남편은 술자리에서 "조카가 유일하게 제일 가까운 아이"라며 "돈 벌어서 쓰는 재미도 이제 없다. 나중에 우리 남은 재산은 조카에게 갈 확률이 높다. 나중에 조카가 크면 그 고마움을 알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엔 조카가 정말 예뻤지만, 이제는 정이 가지 않는다"며 "불편해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경제적으로 의지하려는 시동생 부부와, 우리 재산을 당연하게 조카 몫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태도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녀가 없는 부부일수록 노후 자금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최지양 변호사(법무법인 도아 안국분사무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녀가 없는 부부의 상속은 일반 가정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며 "가장 큰 문제는 부부가 함께 일군 재산이 결국 어느 한쪽 집안으로만 쏠리게 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최 변호사는 "부부 중 1명이 먼저 사망했을 때 내 재산이 온전히 남은 배우자에게만 가는 게 아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사망한 배우자의 부모님이 재산을 나눠 가진다"며 "훗날 남은 배우자마저 사망했을 때는 철저히 남은 배우자의 핏줄을 따라간다. 남은 배우자의 부모님이 안 계시면 남은 배우자의 형제자매나 조카에게 전부 상속된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먼저 사망한 배우자 측 가족은 법적으로 완전히 배제된다"며 "이러한 원치 않는 재산의 이탈을 막고자 할 때는 '유언대용신탁'을 해야한다. 신탁 제도를 활용하면 단순히 배우자에게 재산을 넘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남은 배우자가 사망한 이후의 최종 귀속처까지 재산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