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문 변호사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해주고 3300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장판사측은 "재판거래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모 변호사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편의 대가로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정 변호사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약 1년간 무상으로 제공받아 차임 상당 1466여만원의 이익을 취득하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69여만원 상당을 정 변호사에게 대납하게 하고 △정 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견과류 선물 상자를 1회 건네받는 등 합계 3392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69여만원은 김 부장판사에게 귀속되지 않은 것처럼 꾸며내기 위해 허위의 합의해제 서면을 작성(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한 지방 소재 법원에 근무할 당시 정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에 대해 1심과 달리 법무법인 측에 유리하게 형량을 감경해주는 등 재판에 대한 편의를 제공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판사가 감형한 사건 중에는 음주운전, 마약, 온라인 도박 사이트, 보이스피싱 등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는 사건도 포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정 변호사는 판결 결과를 예상하고 이에 맞는 성공보수를 의뢰인에게 요구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정 변호사는 석방을 조건으로 한 수천만원의 성공보수를 의뢰인으로부터 미리 받은 직후, 김 부장판사와 통화했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해당 의뢰인에 대해 직권보석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관계였던 이들은 부임 이후 사건이 고발되기 전까지 2년 동안 재판이 계속 중임에도 190여 차례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녁 식사 자리를 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당수 연락이 재판 관련 주요 경과 전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인근 교도소 수용자들 사이에서 이들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토착 비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난 3월18일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에 대해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와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끝에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재판장과 연수원 동기면 그 기간 식사조차 하지 않는 게 법조인 관행이고 대부분 법조인은 이를 지켜왔다"며 "이들은 공직자 사이에서 예상되는 비용보다 훨씬 과한 비용으로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의 변호인으로부터 재판을 매개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밝히고 기소에 이른 이례적 사례"라며 "공수처는 앞으로도 엄정하고 공정한 사법 절차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주장하는 '재판거래'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구체적으로 상가와 관련해 수수한 이익이 없고 300만원은 배우자가 변호사의 자녀에게 31회의 바이올린 레슨을 하고 받은 레슨비"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