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너무 비싸 버티다 8㎞를 남겨두고 마지못해 주유했어요."
직장인 노모씨(28)는 최근 리터(ℓ)당 2000원이 훌쩍 넘은 주유소 가격표를 보고 차를 돌려 다른 주유소를 찾아다니길 반복했다. 그는 "연비를 아끼기 위해 브레이크를 덜 밟아가며 '절약 주행'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2000원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직장인과 운송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류비뿐 아니라 엔진오일·자동차 부품값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차량 유지비 전반이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생계를 위해 차량 운행이 필수적인 택배·화물 기사들은 물론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도 "차 몰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11원, 경유 가격은 2004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2000원을 넘겼다.
고유가 충격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1.9% 급등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컸던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차량 유지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엔진오일 교체비(+11.6%)와 자동차 수리비(+4.8%) 상승폭 역시 두드러졌다. 한 엔진오일 판매점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 이후 엔진 오일 가격이 30% 넘게 올랐지만 아직 기존 가격으로 버티고 있다"며 "다음달부터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 가격도 국내산은 물론 수입 부품까지 전반적으로 15~20%가량 올랐다"고 덧붙였다.
운송사업자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화물·택배 기사들은 유류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하기 어렵다 보니 사실상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택배 기사 A씨는 "예전에는 1톤차에 7만원 정도면 넣던 기름값이 이제는 10만원 가까이 든다"며 "5톤 차량은 한 번 주유할 때 체감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더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타격은 극심하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LPG 가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차량 유지비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B씨는 "며칠 전 엔진오일을 교체했는데 비용이 2배 정도 뛰었다"며 "연료비도 10% 올라 택시 복지 매장에서도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유가 장기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에선 전기차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B씨는 "원래도 전기차 전환에 관심을 두던 기사들이 있었지만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시기상조라고 보던 사람들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버스·화물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한도를 기존 ℓ당 최대 183원에서 28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상향된 보조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말부터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