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 판정을 받고도 수십 년간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 탄광 노동자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을 늦췄다면 당시가 아닌 실제 지급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탄광 노동자인 A씨 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보험급여 및 미지급위로금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E탄광에서 근무하다 2002년 6월 진폐 장해등급 13급 판정을 받았다. 함께 소송이 제기된 또 다른 탄광 노동자 B씨 역시 1997년 진폐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8~2019년에 이르러서야 유족들에게 장해일시금과 진폐장해위로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때 공단은 보험급여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을 실제 지급결정 시점이 아니라 수십 년 전 진폐 진단 당시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에 유족들은 공단의 장기간 지급 지연으로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했다며 지급결정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증감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모두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해 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상속 가능한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을 늦춘 경우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가 장해급여뿐 아니라 진폐장해위로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사망하고 선순위 유족까지 사망한 경우에도 민법상 상속 원칙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 수급권이 승계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평균임금 증감 및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 상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공단 측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