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17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국내 대포통장 유통조직원과 중국을 거점으로 둔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하부 조직원을 중국 심천에 파견해 범행에 가담시키고 현지 자금세탁 조직과 범죄수익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과 중국 자금세탁조직 총책, 조직폭력배 등 7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다른 조직원 14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 가운데 핵심 조직원 27명에게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활동죄가 추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A 조직과 중국 심천을 거점으로 둔 B 조직은 연계해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117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은닉·가장한 혐의를 받는다. A 조직이 공급한 대포통장에는 총 310억원, B 조직이 사용한 대포통장에는 총 86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이 입금됐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 피해금이다. 이 가운데 13억8000만원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됐다.
당초 대포통장만 거래하던 두 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들을 파견하고 피싱과 자금세탁으로 얻은 범죄 수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범행 과정에서는 조직폭력배도 연루됐다. 경찰이 관리하던 3개 조직의 8명은 A 조직으로부터 받은 대포통장을 다른 범죄조직에 유통하고 중간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모집책으로 활동하거나 자금세탁 범행에도 가담했다.
두 조직의 범행 준비 과정은 치밀했다. A 조직은 범죄수익금 세탁을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와 물품공급계약서 등을 작성해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100만원'으로 설정된 신규 계좌 1일 이체 한도 제한을 해제했다.
B 조직은 각종 협동조합에 후원금 명목으로 1만원 이하의 소액을 지속 송금하면서 대포 계좌의 정상 거래 여부를 사전에 시험했다. 만약 대포통장 유통 후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금융기관이나 피해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해제를 요청했다.
수사를 대비한 정황도 확인된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속아서 계좌를 개설했다"는 허위 대화를 미리 나눠 증거를 조작했다. 대포통장 명의자들은 허위 대화방 캡처본을 수사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조직적 범행은폐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급정지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위 차용증 등 정상거래를 가장한 이의신청으로 지급정지가 해제돼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고액 거래 시 상품권 매매업자 고객확인과 의심거래보고(STR) 의무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도 추가 검거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에 체류 중인 B 조직의 총책 '왕회장' 김모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