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과 진로변경 차량이 함께 낸 사망사고에서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대신 물어준 보험사가 다른 차량 측 보험사에 과실비율만큼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자에게 별도로 부과되는 벌칙성 돈인 '사고부담금'까지 상대 보험사가 정산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는 H보험사가 D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사건은 2021년 8월 서울 관악구 도로에서 발생했다. H보험사 가입 차량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22% 상태로 운전하다 5차선에서 2차선으로 진로를 변경하던 D보험사 가입 차량과 충돌했다. 이후 오토바이 운전자까지 사고에 휘말리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H보험사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해 7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D보험사 측에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며 과실비율 상당액을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1·2심은 두 차량 운전자 과실을 각각 50%로 판단했다. 공동불법행위자들의 보험사가 각자의 내부 부담 부분을 나눠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보험사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 측 보험사에 직접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사고부담금'을 구상금 산정 과정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등으로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 가해자로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피보험자에게 청구하는 돈을 말한다.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일정 금액을 가해 운전자에게 다시 청구할 수 있다. 당시 규정상 음주운전 사고의 사고부담금 한도는 사고 1건당 1000만원이었다.
D보험사 측은 H보험사가 음주운전자인 자사 피보험자로부터 사고부담금을 지급받았거나 지급받을 수 있는 만큼, 자신들이 부담할 구상금에서도 해당 금액이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받을 수 있는 돈이 있으니 그 부분을 미리 빼고 지급하겠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공동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모두 보험금으로 지급했으므로 피고에 대해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 등 중대한 위법행위를 한 피보험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내부 관계에서 발생하는 금전"이라며 공동불법행위 상대방 보험사가 그 정산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사고를 일으킨 피보험자가 자신의 보험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사고부담금과 관련해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가 어떠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정산을 요구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했다.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자와 자기 보험사 사이 문제일 뿐, 다른 보험사가 끼어들어 그 돈만큼 빼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