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부족한 의사, '경영상 이유'로 해고…법원 "부당해고"

이혜수 기자
2026.06.01 07:00
사진=임종철

실제 해고 사유가 업무 능력 부족이더라도 '경영상 이유'로 일방 해고했다면 부당한 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최근 병원 운영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충북 음성군의 한 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내과 진료과장으로 B씨를 채용했다. 이들은 2024년 5월 B씨의 월급여액을 수백만원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B씨는 두 차례에 걸쳐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다가, 같은 해 7월 '경영상의 이유'로 계약종결 통보서를 받았다.

이에 B씨는 같은 해 11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A씨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통지했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충북지방노동위는 "A씨는 실제로는 B씨의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했음에도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한다고 통지해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통지했다 보기 어렵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결과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됐고,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의 심판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자진 퇴사한 것이라 주장했다. A씨는 "2024년 7월 사직을 권고했고 이에 대해 B씨는 세 차례에 걸쳐 퇴사일을 변경해 제안하는 등 별다른 이의 없이 근로계약 종결을 수용했다"며 "자발적으로 퇴사한 후에 다른 병원에 취업했다"고 했다.

자진 퇴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고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B씨는 최초 채용공고에 지원할 당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음에도 전문의라고 말해 기만했고, 근로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전문의가 아님을 고백했다"며 "B씨의 업무수행 능력이 저조했을 뿐 아니라 근무태도가 불성실해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됐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관계가 A씨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B씨가 문자로 "A씨는 경영상의 이유라며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 통지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근로자의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항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B씨가 퇴사일을 세 차례 변경한 데 대해선 "자발적 퇴사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퇴사일을 변경해 제안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해고를 당한 뒤 후속 조치로 자신의 최종 근무일을 협의한 것"이라고 했다.

해고 사유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경력 사항 허위 고지 △업무 수행 능력 저조 △근무 태도 불성실 등의 이유로 해고했음에도 이 같은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은 채 단지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한다고 기재한 계약종결 통보서를 교부했다"며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A씨가 B씨를 해고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던 점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점 등이 참작됐다.

법원 판결에 불복한 A씨가 지난달 24일 항소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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