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지역 현안보다 중앙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졌다는 시민단체 평가가 나왔다. 본투표 당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6.3 지방선거에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재·보궐 선거가 14곳으로 늘었다"며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가 총선과 유사한 형태로 바뀌면서 선거가 중앙정치 대리전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송원 경실련 조직위원장 겸 인천경실련 사무처장도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앙정치의 개입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의 모든 아젠다(의제)를 주도했다"며 "대선 직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세가 출렁였다"고 했다.
후보자들이 개발 공약을 남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이 부실했다는 얘기다. 경실련에 따르면 16개 시·도지사 후보 52명 중 37명(71%)이 5대 공약에 개발 공약을 포함했다. 하지만 보면 92개 개발 공약 가운데 79개에서 예산에 대한 계획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본투표가 치러진 지난 3일 송파구 잠실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선관위원장이 대법관 출신이라서 그런지 선관위가 스스로를 사법적 판단을 하는 기구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선관위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기구"라고 말했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은 "선거 날 투표용지 부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부정선거론이 한국 정치권의 또 다른 축이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무투표 당선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투표 당선은 입후보자 수가 선출 정수를 넘지 않은 선거구에서 투표 없이 당선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전체 선거구 2349곳 중 307곳이 무투표 선거구로 지정됐다.
방 위원장은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의 선택이 사라지는 문제"라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지방선거는 정당 내부의 권력 배분 절차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