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사태' 검·경 합수본, 향후 수사 방향은?

양윤우 기자
2026.06.08 15:59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할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합수본) 구성이 본격화되면서 수사를 총괄할 합수본부장 인선과 수사 방향이 관심이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수사하는 부담과 인력난으로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사 관건은 선관위 공무원들이 단순 실수를 넘어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예견하고도 내버려 둔 사실을 입중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 선거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공공수사부를 중심으로 합수본 규모와 인력 등 구성 관련 검토를 하고 있다. 대검은 "신속하게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며 "경찰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사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엄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합수본 출범 과정에서는 합수본부장 인선이 관건으로 꼽힌다. 합수본부장은 선관위 자료 확보와 관계자 조사, 경찰과의 역할 분담, 수사 범위 설정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수사 경험과 조직 장악력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관리할 수 있는지도 인선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사대상이 선거 관리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커서다.

앞서 통일교·신천지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합수본에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합수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검장급 검사가 합수본부장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현재 여러 고검장이 공석으로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검사장급이나 차장검사급 인사가 본부장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합수본이 출범하면 선관위 공무원들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할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관위가 본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는지, 사전투표율 증가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예측 오류가 있었는지, 투표소별 예비 물량 배정 기준이 적정했는지가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합수본은 특정 지역에서 부족 사태가 집중된 이유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투표소별 선거인 수, 과거 투표율, 사전투표율, 지역별 투표 경향, 현장 대기 인원 등을 종합했을 때 선관위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표용지를 준비했는지가 쟁점이다. 피의자들에게 적용될 혐의는 직무 유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다.

특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관위 관계자들의 대응 과정도 핵심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한 법조인은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언제 처음 확인됐는지와 중앙선관위로 보고가 어떻게 올라갔는지, 추가 투표용지 송부 결정이 언제 내려졌는지 등이 시간대별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어떤 안내가 이뤄졌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죄가 입증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직무 유기는 단순한 업무 미숙이나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직권남용 역시 선관위 관계자가 권한을 남용해 유권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점 확인돼야 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 실수나 판단 착오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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