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아내 3년간 '노래방 도우미' 시킨 남편…1심서 실형 선고

박진호 기자
2026.06.10 17:01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최문혁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를 3년 동안 '노래방 도우미'를 시킨 뒤 약 6000만원을 뜯어낸 남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송한도 판사는 10일 오후 장애인복지법 및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판사는 "수십차례 모텔을 바꾸며 주거지를 옮긴 것은 단순 생활고 때문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노래방 출근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구인 사이트 계정과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던 점 등을 볼 때 피해자가 독자적으로 일을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치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이 수년간 피해자를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한 기록이 확인돼서다.

송 판사는 "피해자는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해 각별히 보호가 필요한 상태"라며 "피해자가 임신중절로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도 피고인은 '다음 날 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네 차례 성폭력 피해와 임신·중절 수술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출근을 말리기 어려웠다는 등의 주장을 일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채무가 증가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참작됐다.

앞서 김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를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게 하고 그 수익을 생활비와 채무 변제에 사용하면서 방임과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약 8개월간 손님과 택시 기사 등으로부터 네 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김씨의 노래방 출근 종용에 임신 중절 수술을 받고도 이틀 만에 노래방에 출근했고, 예정된 산부인과 진료도 받지 못한 채 재차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선고 직후 김씨는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불법적인 돈을 받으며 일하지 말라고 했다"며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제가 개입할 권한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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