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임신과 출산이라는 축복이 한 여성의 꿈을 꺾는 비극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변시 8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5년 사이 다섯 번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회를 모두 써버리면 사실상 변호사가 될 길이 없는 이른바 현행 '5탈 제도'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임신 및 출산을 하는 경우에도 예외없이 이 제도가 적용돼서다.
박 변호사는 이 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최근 재판관 5명이 임신 및 출산 관련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해당 제도를 규정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최근 만난 박 변호사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수험생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하는 현실을 반드시 고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유엔(UN) 진정, 입법 청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여성 수험생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인 김누리씨 역시 첫번째 변호사시험에서 불합격하고 재시험을 준비하던 중 첫 임신을 했다. 출산과 육아, 둘째 임신과 출산이 이어지면서 응시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섯 번의 기회 중 세 번을 사용하지 못하고 응시 자격 자체를 박탈당했다.
이 밖에 만삭의 수험생이 별도의 교실에서 책상 옆에 침대를 놓고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4박5일의 변호사시험을 본 뒤 응급실에 입원해 조산을 한 사례도 있다.
박 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들을 거론하며 "오로지 엄마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법조인의 꿈을 향한 도전을 강제로 중단당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임신·출산이 병역의무 이행과 마찬가지로 예외 사유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응시 제한 기간에서 제외하고 있다. 임신·출산이나 질병 등은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임신과 출산은 병역의무 이행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유이자 국가적으로 장려돼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법조인이 될 기회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명백히 불이익한 처우이자 모성 보호 의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일하다 로스쿨에 진학해 2020년 변호사가 됐다. 본인 역시 쌍둥이 엄마로 아이들을 키우며 로스쿨 생활을 했다. 박 변호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죄책감과 불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만약 변호사시험 준비 중 임신·출산을 겪었다면 책을 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수험 생활을 회상했다.
현재 국회에는 출산한 경우 1년의 기간을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기간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국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병역의무 이행과 마찬가지로 임신과 출산 기간을 응시 제한 기간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