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반발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집회가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관계 기관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집회를 대표하는 공식 주체와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 보니 협상도, 책임규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핸드볼경기장에는 지난 5일부터 14일째 집회 참가자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 내부에 선거 관련 증거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다.
이번 시위의 특징은 의사결정을 대표하는 주체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특정 단체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집단시위가 형성되면서 참가자 개개인의 판단이 경기장 진입 여부를 좌우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참가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실제 지난 16일 경찰이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을 당시 현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진입허용 여부를 두고 이견이 발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중재에 나서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을 추진했지만 참가자 1명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현장에서는 각종 논란도 이어진다. 지난 5일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취재진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8일에는 일부 참가자가 핸드볼 여자 주니어대표팀 선수들의 소지품을 수색하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특수강요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는 행위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등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개별 참가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개로 집회 자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표성 있는 대화창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위 참가자의 공식 협상창구 마련과 정치권의 중재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현장은 자발적으로 모인 군중이 중심인 만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업무방해 등 개별 불법행위는 처벌할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한 부분은 적용할 법규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는 '군중통제'(Crowd Control) 개념이 있지만 국내에는 관련 제도도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군중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법무법인 율샘 변호사는 "참정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당한 권리지만 일부 참가자의 불법행위는 통제돼야 한다"며 "체육단체 제3자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갈등을 조정할 공식 대화창구와 컨트롤타워 구축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정치권이 나서서 중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