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결과가 이겁니까" 오열…'변호사 노쇼' 학폭 재판, 끝내 재개 불발

이혜수 기자
2026.06.24 16:16
학교폭력으로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사진=뉴시스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유족이 법률 대리인의 연속 불출석으로 패소가 확정된 재판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8-2부(고법판사 오영상)는 24일 고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서울시교육감·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 취하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22년 이씨를 대리하던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불출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이씨 측은 완전 승소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항소했는데 2심 과정에서 권 변호사가 3회 연속 불출석했다. 이에 법원은 '항소 취하 간주'로 사건을 종료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1개월 이내에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거나 새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고 1심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후 권 변호사가 이 사실을 5개월간 이씨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이 같은 법원 결정이 그대로 확정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이씨는 지난 3월 재판부에 변론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억울한 점이 있으니 재판을 다시 열어 달라고 한 것이다. 민사소송규칙상 소의 취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기일 지정을 신청하면 법원이 반드시 변론을 열어 그 사유를 심리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판결과 별개로 재판부로서도 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3회 이상 불출석함으로써 이씨의 항소가 취하되도록 한 행위가 잘못됐다고 판단했지만, 이 사건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는 별개의 문제로 봤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행위는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에 대한 주의 처리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것이고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면서도 "다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 별개로 항소 취하는 법률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효과"라고 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의 불출석에 따라 이씨 본인에게 기일 통지 없이 이뤄진 항소 취하 간주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도 개선 차원에서 논의될 수는 있지만 항소 취하 효력을 배제할 근거로 삼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선고를 받고 울먹이며 재판부를 향해 "판사님이 고민한 결과가 이것이냐"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망쳤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소리쳤다. 이씨는 법원 방호관에 의해 저지받고 흐느끼며 퇴정했다.

이씨는 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수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제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절대 쓰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계속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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