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이태원 참사 후 반복되는 비극…"장기 트라우마 지원 필요"

이현수 기자
2026.06.30 14:54

'생존자·구조 참여자' 잇단 비보…PTSD 수십 년 지속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4월1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12주기 목포기억식에 참여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형 참사에서 살아남았거나 구조에 나섰던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참사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치료·연구 지원을 기한 없이 이어가고, 정부가 참사 피해자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유경근 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1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월호 참사 직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여러 번 친구들을 따라가려고 했던 A가 결국 안산하늘공원 친구들 곁으로 갔다"고 전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안산마음건강센터가 2024년 발표한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건강 및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생존자 49명 중 28.6%가 우울증의 임상적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장기간 이어진 울분으로 고통이나 장애를 보인 경우는 36.7%에 달했다. 참사 이후 10년 동안 생존자 중 12.2%는 종양 등 신체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다. 올해 4월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던 인근 상인 고(故) 백모씨가 숨졌다. 행정안전부는 백씨의 생전 트라우마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관계기관 판단에 따라 그를 공식 희생자로 지정했다.

지난해에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숨졌다. 이들은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충분한 심리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11은 '20년 연구'…지원 지속해야"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 피해자들의 PTSD가 장기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20년 넘게 피해자 대상 연구와 지원이 이뤄졌다"며 "반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정신·신체 건강에 대한 연구 지원은 10년 만에 중단됐다"고 했다. 이어 "현재 참사 피해자 대상 치료비 지원에도 기한이 있는데 연구와 치료 지원 모두 장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치료를 위한 의료지원금 지급 기한을 2029년 4월15일로 한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피해자와 피해 가족이 기간 제한 없이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상태다.

백씨 사례처럼 구조에 참여한 민간인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소방 공무원들은 기관 차원의 지원이라도 받았지만 구조 봉사에 나선 민간인들은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민간인이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PTSD는 참사 이후 20~30년 이상 지속되거나 악화하는 경우도 많다"며 "정부가 재난 피해자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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