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현행 14세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중대범죄에 한해 13세로 조건부 하향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소식에 법조계 반응이 갈린다. 찬성 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반대 측은 부작용과 함께 법리적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대한 범죄로는 살인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형법 9조에 따르면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아직 어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완벽하게 인지하고 통제할 능력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니 굳이 처벌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미성년인 만큼 교화와 선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하고 소년법상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특정 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로 1세 낮추는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쪽은 촉법소년들이 자신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지금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의의는 결국 가해자의 교화 가능성을 따지는 것인데 그런 와중에도 피해자들은 계속 양산된다. 제도 손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법리적으로 볼 때 형사미성년자는 아이들의 정신적 발달 정도에 따라 정해진 개념이라 범죄의 경중을 따져서 형사처벌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결국 똑같은 나이인데 범죄의 종류에 따라 누군 형사미성년자고 누군 아닌 현상이 생긴다"며 "법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 평등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무척 강하다. 위헌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을 시킨다고 해도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올수도 있는건데, 그런 경우 소년원을 가는 것보다 교화나 응보의 측면이 모두 미미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소년법 전문 조기현 변호사는 "연령을 낮추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에서는 촉법소년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범죄소년들처럼 소년재판을 받고 있다"며 "소년에 대한 강한 처벌이 필수는 아니지만, 여론이 원하는 강한 처벌은 촉법소년 제도를 손질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형사법 전문 곽준호 변호사는 "아무리 중대범죄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살인·강도 등을 초등학교 6학년이 저지르는건 정말 흔한 경우가 아니다"며 "총기소지가 가능한 외국 같은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론에 편승한 탁상공론의 성격이 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