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재판소원 가야 하니까"…법정에서 '기본권' 주장 늘었다

이혜수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7.02 15:25
/사진=ChatGpt 제작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을 내세우는 변론 전략이 늘어나고 있다. 민사 재판에서 상대방의 행위로 행복 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왔을 때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일 법조계 관계자들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3월12일 재판소원제가 도입된 후로 1, 2심 민·형사 등 각종 재판에서 대리인과 변호인들이 기본권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고, 피고 양쪽 의견을 모두 듣는 판사들이 가장 자주 체감한다. 판사들은 최근 들어 재판소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서면에 자주 등장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의 법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피고인이 적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변호인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 중 하나다.

기본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법원에서 3심까지 모두 원치 않는 판결을 받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한 번 더 구하기 위해서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이 있는데 혹시나 또 패소할 경우,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하기 위해 기본권을 내세운 전략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로펌들도 재판소원 도입 후 "법원 1심 재판부터 기본권 침해 등 주장을 미리 해두는 게 좋다. 헌법 위반, 기본권 침해 주장을 별도로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는 재판 전략을 홍보하고 있다.

기본권 주장은 판사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최근 파양 재판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된 헌법 제36조 제1항을 내세웠다. 이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 이후 변호사들이 기본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재판부도 그걸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파양 사건에서 헌법에 규정된 가족 관련 기본권을 누가 써왔겠느냐"고 했다.

실제 판사들도 기본권을 강조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소원은 판사들이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항소심에 가서 결론이 뒤집히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하물며 재판소원은 안 그렇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엄격하게 사전심사가 이뤄져 재판소원이 전원재판부의 회부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안다"면서도 "자신이 판결한 재판이 취소되는 것을 반길 판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판사들은 기본권 주장뿐 아니라 재판 절차에도 흠결이 없도록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되 10건 중 4건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근거로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기본권 침해도 그렇지만 재판 절차적 부분이 문제가 돼 재판소원에 올라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독일 헌법재판소 재판소원 사례를 보면 대부분 법원의 재판 절차가 적법했는지,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됐는지가 다수였다"고 했다.

한편 재판소원제가 도입된 지 113일 지난 시점에서 헌재는 1200여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헌재는 접수된 1215건의 재판소원 사건 중 10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고, 1008건을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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