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이란 전쟁 틈탄 14조원대 담합' 4대 정유사 무더기 기소

양윤우 기자
2026.07.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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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사진=머니투데이 DB

검찰이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하거나 주유소에 특정 정유사 제품만 사도록 사실상 강제한 혐의를 받는 4대 정유회사 법인과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전쟁 직후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맞추거나 자영주유소가 더 싼 공급처를 선택하지 못하게 한 혐의가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국내 정유시장을 과점하는 A사·B사·C사·D사 등 4대 정유회사 법인과 A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E씨, 책임매니저 F씨, 법무실장 G씨, C사 국내영업 부문장 H씨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E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경위를 수사한 결과 A사와 B사의 가격 결정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합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전쟁 직후 B사가 A사보다 ℓ당 약 30~40원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입금가를 대폭 올리기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입금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먼저 통보하는 공급 가격이다. 주유소는 이 가격을 기준으로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이후 정유사가 다시 정한 확정가에 따라 정산한다. 입금가가 오르면 주유소 판매 가격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커져 최종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이어진다.

검찰은 A사와 B사의 담합이 일회성 행위가 아니었다고 봤다. 두 회사는 2024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가격 정책을 정하기 위해 서로 입금가 등 가격 정보를 교환해 왔고 이런 관행이 전쟁이라는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인 가격 인상 합의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C사와 D사도 A사와 B사의 가격 흐름을 뒤따라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C사와 D사의 행위는 명시적 합의 없이 경쟁사의 가격을 의식해 비슷하게 움직이는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직접 담합 규모가 14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C사와 D사의 가격 추종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26조원 상당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4대 정유사가 자영주유소와 맺어온 '전량구매계약'도 문제 삼았다. 전량구매계약은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 전량을 구매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검찰은 4대 정유사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유소에 사실상 선택권 없이 전량구매 의무를 부과하고 다른 정유사 제품을 공급받은 주유소에는 손해배상 청구·비용 회수·보너스카드 중단 등 불이익을 줬다고 봤다.

검찰은 이런 유통 구조가 주유소의 가격 비교와 거래처 선택을 막아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격을 주유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이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됐다는 취지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A사 법무실장 G씨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정보를 미리 알고 경쟁사 가격 정보가 담긴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발견했다. C사 국내영업 부문장 H씨도 공정위 조사 전 가격 관련 사내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A사·B사·D사가 지난 3월 1일부터 5일까지 휘발유 등 일일 판매가를 실제보다 낮춰 산업통상부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산업통상부와 공유하고 제도 개선 논의에 협력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적 혼란을 틈타 유가를 교란한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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