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구인난을 겪는 국내 도축 현장에 외국인 전문인력이 처음 투입된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매년 최대 150명의 숙련 외국인 도축원을 받아들여 인력난을 줄이고 축산물 유통과 물가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도축 기술자 12명이 일반기능인력(E-7-3) 도축원 비자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도축업계의 인력 수요를 반영해 도축원 직종을 외국인 일반기능인력 비자 대상에 추가한 뒤 나온 첫 사례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민관 협의기구인 '비자·체류정책 협의회'를 통해 E-7-3 비자로 채용할 수 있는 직종에 도축원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E-7-3 비자는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이나 경력을 갖춘 외국인이 일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취업 비자다.
도축원 비자를 받으려면 관련 교육기관에서 도축 교육을 수료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뒤 3년 이상 현장 경력을 갖춰야 한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업체는 정식으로 도축업 등록을 마쳐야 하고 최근 1년 안에 고용한 외국인이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급하는 고용추천서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부터 도축원 비자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은 내년 12월까지다. 외국인 도축원 도입 규모는 연간 150명이다.
정부는 업체가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도축원 숫자도 확대했다. 당초 국내 근로자 고용 규모와 관계없이 업체당 최대 2명만 채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2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 3명 이상을 채용하려는 업체는 국내 근로자 수의 20% 범위에서 외국인 도축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
도축업은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신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기존 종사자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도축업계는 정부에 숙련 외국인 인력을 도입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해왔다.
정부는 외국인 숙련인력 도입으로 도축장의 인력 부족을 완화하고 작업 차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축과 축산물 유통이 안정되면 육류 공급 차질을 예방해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도축원 입국은 업계의 오랜 인력난을 해소하고 국민 밥상을 지키는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출입국·이민행정에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