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2일, 전남 여수시의 한 집안. 친모 A씨(34)가 4개월 해든이를 학대해 숨지게 했다. 수차례 때리고 아기 욕조에 물을 틀어 방치했다. 고작 133일된 아기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안에서 숨졌다.
학대는 이날 하루뿐만이 아녔다. 지난해 8월24일부터 무려 두 달이나 19차례 이상 계속됐다. A씨는 해든이를 번쩍 들어 내동댕이쳤다. 발로 밟고 밀쳤다. 뒤집기도 못하는 아기 팔을 잡아 침대에 던졌다. 머리채를 잡아 눕히기도 했다.
부검 결과 아기 몸 전체에 23곳의 골절, 다발성 멍, 뇌출혈, 장기 파열 등이 확인됐다. 지난 4월 23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는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방치한 친부에겐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를 맘 아파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프리해든스'란 시민 모임을 결성했다. 프리해든스는 묻는다.
'집에 갇혀 학대당하던 해든이를 어떻게 하면 알아채고 구할 수 있었을까.'
학대 영유아에게 집안은 사실상 밀실과 같다. 제3자가 학대 현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를 알아차리기 위해 필요한 게 '영유아 건강검진 의무화'다.
영유아 건강검진은 생후 14일부터 71개월(만 5세)까지의 아이들이 받는 국가 건강검진 제도다. 체중, 키 등을 재고 영양과 수면을 확인하며 발달 상태를 평가한다.
4개월이었던 해든이도 숨지기 전 2차 영유아검진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친모가 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현행법상 영유아검진이 의무가 아닌 '자율'이기 때문이다.
프리해든스는 "만약 영유아검진이 자율이 아닌 의무였다면, 친모가 해든이를 그렇게 때릴 수 있었겠느냐"며 "지정된 기간에 강제로라도 병원에 가야했다면 의료진이 상흔을 먼저 발견해 신고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유아 검진을 안 받는 건, 학대당하는 아기가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학대 피해 아동 영유아검진 실시현황(2020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 아동의 영유아검진 수검률은 78.1%다. 반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검률은 54.8%에 불과했다.
이에 프리해든스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함께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따로 놀던 기존 제도를 촘촘히 연계해 학대를 막자는 것이다. 영유아검진, 아동수당, 방문복지 체계를 묶는 것이 골자다.
이른바 '3단계 에스컬레이터 안전망'이다. 우선 영유아검진을 의무화한 뒤, 안 받을시 알림톡과 유선 상담으로 독려한다. 계속해서 안 받으면 방문 간호사와 담당 공무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아동 안전을 확인한다. 최종적으로 거부할 시 아동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아동수당 지급을 정지하고, 즉시 경찰 조사를 의뢰하자는 것이다.
프리해든스는 "24개월 미만 영아는 학대당해도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며 "양육자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할 시 징후를 발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가정이란 밀실에 갇힌 또 다른 해든이에게 '사회의 시선'을 개입시키기 위한 평범한 부모들의 절박한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프리해든스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함께 입법을 위한 서명 운동을 받고 있다. 서명부는 제도 개정안과 함께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면담시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