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경찰 청사 방호 공무직 채용 기준이 바뀌면서 정년을 앞둔 기존 근로자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잇따라 일터를 떠나고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해 '무기계약직' 전환과 65세 정년을 도입했지만, 퇴직 경찰관이 주를 이루는 직무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오히려 숙련 인력을 내보내고 업무 연속성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달 초 청사 방호 공무직 직원 2명 가운데 1명을 교체했다. 기존 근로자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채용을 진행한 것이다.
청사 방호 공무직은 경찰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청사 경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 안내 업무도 담당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서 청사 방호 공무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정년인 65세까지 근무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혜화서는 지난달 12일 청사 방호 공무직 채용 공고에서 채용 형태를 '무기계약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같은 직군 채용 공고에 '기간제 근로자'라고 적었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제도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결과도 낳았다. 이달 초 퇴직한 혜화서 청사 방호 공무직 직원 A씨는 이미 65세 정년을 넘긴 상태여서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계약직 전환과 함께 정년 65세 기준도 적용된 결과다. 이전에는 채용 원칙에 따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했지만, 연령 제한은 따로 없었다.
정년을 이유로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청사 방호 공무직 근로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경찰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청사 방호 공무직 김모씨는 올해 만 65세가 됐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2021년까지 경찰관으로 일하다 2023년부터 4년째 청사 방호 공무직으로 근무해온 김씨는 "후배 경찰들과 함께 일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정년이 연장됐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일선서 청사 방호 공무직 강모씨(63)도 2022년 경찰 퇴직 후 이듬해부터 방호 업무를 맡고 있다. 강씨는 "경찰 경력이 청사 방호나 민원 처리에 큰 도움이 된다"며 "단순 경비가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인 만큼 인력이 자주 바뀌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사 방호 공무직은 경찰 퇴직 이후 60세가 넘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종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고용 기준이 오히려 숙련 인력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정년 여부나 정규직 전환 등 기존의 고정된 기준만으로 고용을 설계해선 안 된다"며 "직무 특성과 업무 전문성을 고려한 유연한 기준을 세워 고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