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사용을 대가로 전국 대학병원에 약 42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과 이를 수수한 대학병원 교수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시판 후 임상시험 제도'를 악용한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처음 적발한 사례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훈)는 의료기기법 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를 받는 심혈관용 스텐트 판매업체 A사와 대표 B씨, 전직 이사 C씨를 30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를 받은 대학병원 교수 6명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53개 의료기관에 심혈관용 스텐트 제품에 대한 '시판 후 임상시험'을 제안한 후 연구비 명목으로 약 42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각 병원에서 이 제품을 시술한 환자를 연구 대상자로 등록하면 건당 20만~115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를 받은 대학병원 교수들은 연구비 명목으로 각각 약 4400만원에서 4억81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일부 교수들은 해당 업체의 비상장 주식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교수 D씨는 아내 명의로 법인을 설립한 후 A사의 판매대리점인 것처럼 위장해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7년간 약 7억78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법인은 A사의 영업, 배송, 재고관리 등 판매대리점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병원에서는 A사 직원이 연구 기록을 대신 작성하거나, 기록을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연구비가 지급되기도 했다. 검찰은 A사가 약 10년간 전국 53개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연구를 반복하며 자사 제품 거래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24년 9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해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월에는 A사와 대학병원 등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