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시간표가 바뀌고 있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일찍 시작했고, 가을의 문턱은 늦게 찾아올 전망이다. 단순히 더위가 길어진 것이 아니라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기간과 강도까지 달라지면서 한반도의 계절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
31일 기상청의 '3개월 전망 해설서'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10월까지 월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5~85%로 전망됐다. 다음 달 기온이 평년(24.6~25.6도)보다 높을 확률은 60%, 9월은 평년(20.2~20.8도), 10월은 평년(13.9~14.7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50%로 제시됐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비가 내리지 않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8월에는 전남·경상권, 9~10월에는 경상권을 중심으로 가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반도는 이미 이례적인 더위에 접어들었다. 지난 3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하루 전인 29일 부산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올라 1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폭염은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이 길어지는 배경에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높은 수온과 대기 순환 변화가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4.6도로 평년보다 1.4도 높은 수준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특성이 있어 여름 동안 축적한 열을 가을까지 대기에 공급할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의 따뜻한 공기까지 유입되면 기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봄부터 이례적인 더위가 나타났다. 지난 5월 전국 평균기온은 18.6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아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상권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이른 폭염이 발생했고, 강릉에서는 5월30일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첫 열대야 시점은 지난해보다 19일 빨랐다.
6월 전국 평균기온도 22.2도로 평년보다 0.8도 높아 역대 7위를 기록했다.
빨라진 더위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8도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간 폭염일수는 10년당 1.8일, 열대야일수는 1.6일씩 증가했다.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도 빨라졌다. 최근 10년 동안 폭염 시작일은 과거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 앞당겨졌다. 서울과 춘천 등 중부 내륙에서는 과거 7월에 시작되던 폭염이 최근에는 6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열대야가 끝나는 시점은 10~20일 늦어졌다.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낮 폭염이 누그러진 뒤에도 높은 해수면 온도와 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9월 상순까지 밤더위가 이어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여름의 시작은 빨라지고 끝은 늦어지는 가운데, 낮 폭염과 밤 열대야가 더 자주, 더 오래 나타나는 방향으로 한반도의 계절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뚜렷했던 봄·여름·가을·겨울의 경계가 흐려지고, 길어진 여름이 새로운 계절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