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교제폭력으로 31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끝에 가해 남성을 숨지게 해 복역 중인 '군산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해 8·15 특별사면을 촉구했다.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에 대한 제도 개선도 주장했다.
여성의당 등으로 구성된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보호 없이 이뤄진 생존자의 정당방위 행위에 형사처벌을 내린 것은 국가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한 것"이라며 특별사면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신고해도 소용없는 교제폭력, 국가는 방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특별사면은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이라며 "교제폭력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피해자가 국가의 방치 속에 교도소에 살고 있다면 이를 사면하는 것이 특별사면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교제폭력 피해자 변호인인 이한선 변호사는 "피해자는 단순한 교제폭력을 넘어 5년 동안 폭력을 당했고 31차례 신고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다"며 "가해자가 출소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와 얼굴을 찢고 목을 조른 데다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채 고립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특별사면과 함께 교제폭력 대응 제도 전반의 개선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경찰, 초범이 아닌데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 법원, 어떤 법적 제도 개선도 하지 않은 국가가 모두 가해자와 동조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적극 개입해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은 수년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며 31번의 신고를 이어간 40대 여성 A씨가 2024년 5월 전북 군산 한 주택에서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방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A씨는 2019년부터 약 5년간 감금과 폭행 등 교제폭력을 당했다. 이 기간 경찰에 31차례 신고했지만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사건 직전에도 출소한 가해자가 A씨를 찾아와 폭행하고 목을 조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해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피해자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일부 감형에 그친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공대위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시민 9158명의 연서명을 담은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