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반도체 홍위병' CXMT 쇼크①

AI(인공지능) 시대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반도체 산업을 놓고 중국의 파괴적 추격전이 본격화되면서 그간 유례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상장 등 일련의 충격파로 '레드테크(중국의 국가 주도형 산업기술 체계)'에 세계가 새삼 주목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존 문법을 뒤집는 중국 업체의 기술개발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XMT는 앞선 세대 제품의 이익을 기반으로 차세대 모델을 개발한다는 상식을 무시해왔다. D램의 경우 DDR(Double Data Rate·더블데이터레이트)4에서 수익이 나도 추격을 위해 DDR5로 주력을 옮겨가고, LPDDR5X(저전력 D램) 경쟁력도 떨어지는 판에 LPDDR6 양산 준비에 들어가는 식이다. 사실상 이윤을 포기하고 여러 세대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 국유금융기관, 산업기금 등이 총체적으로 뒷받침해 기술추격에 필요한 비용과 실패 위험을 분담하면서 시간이 단축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드러나는 직접 보조금보다 지분투자나 산업정책 등 다양한 수단으로 후원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연결해 수요를 확보하고 초기 시장 조정자 역할을 감당했다. 이들 기업이 성능이 떨어지는 자국산 칩을 도입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을 현금 지원하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CXMT가 2023~2025년간 211억3000만 위안(약 4조4800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와중에도 1852억 위안(약 39조2500억원) 이상의 R&D(연구개발)와 시설 투자 등을 집행할 수 있던 비결이다. 그 결과 설립한지 고작 10년만에 AI 슈퍼사이클을 맞아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시장점유율(올 2분기 기준) 7%로 세계 4위권에 자리 잡았다.
"중국 공산당과 싸우고 있다"는 우리 반도체업계의 호소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아직 기술 수준이 우리 경쟁 상대가 되지 않지만 격차는 언제든 좁혀질 수 있어서다. 전례 없는 도전에는 파격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52시간 규제가 대표적이다. 근로조건 악화의 관점에서 볼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더 일하고 더 성과를 나누겠다는 산업 전사들의 의지까지 막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전쟁'으로 인식하고 뛰어드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안일하다"며 "우리에게는 삼성전자(240,000원 ▲500 +0.21%)와 SK하이닉스(1,577,000원 ▲10,000 +0.64%)라는 이길 수 있는 군대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