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기관이 삭제를 요청한 불법촬영 피해영상물 10건 가운데 2~3건은 온라인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성인사이트가 삭제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삭제 이후에도 이른바 'N차 재유포'가 반복되면서 피해가 장기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성평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플랫폼회사에 피해자 신상정보와 피해 영상물 등 게시물 삭제를 31만4829건 요청했지만 삭제가 완료된 건수는 22만4981건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2~3건꼴인 8만9848건(28.5%)은 삭제되지 않았다.
최근 3년으로 기간을 넓혀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2024년에는 29만8946건의 삭제요청 가운데 22만5110건(75.3%)이 삭제됐다. 미삭제 비율은 24.7%로 2023년(31.2%)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당수 피해 게시물이 온라인에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불법성인사이트의 삭제불응 문제가 두드러졌다. 성평등부는 삭제요청에 응하지 않는 사이트 대부분이 불법 성인사이트라고 파악했다. 지난해 성인사이트의 삭제불응률은 47.5%를 기록했다. 삭제를 요청한 피해 게시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그대로 남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성평등부는 해외사이트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등 삭제와 민형사상 제재권한을 가진 국제기관과 공조·협력을 강화한다.
최근 서울북부지검이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여성 A씨 사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A씨가 불법촬영한 영상물 일부는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뒤에도 유해사이트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사건과 관련,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피해자 B씨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 연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1년간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은 총 428건이었다. 이 가운데 336건(78.5%)만 삭제가 완료됐다. 불법성인사이트 등 일부 유해사이트가 센터의 삭제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게시물은 삭제가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N차 재유포' 정황도 확인됐다. 피해영상 일부를 추적한 결과 범행이 이뤄진 2023년뿐 아니라 이달까지도 해당 영상이 다수 유해사이트에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미 촬영·유포된 영상물이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재유포되면서 피해가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가 피해영상물 삭제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서버를 사용하는 사이트라면 관계기관을 통한 제재가 가능하지만 상당수 불법사이트는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다. 삭제조치가 지연되는 사이 재유포가 반복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이트는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데다 피해자가 직접 영상을 찾지 않으면 인지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삭제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양국간 성범죄 관련 법률적 기준이 다르면 삭제가 어렵다"며 "쉽진 않겠지만 국내 단체의 도움을 받거나 해외 학부모단체 등 시민단체와 연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