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공공지원 통해 시설 보강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자 2명이 숨진 가운데 노후 아파트의 열악한 소방시설이 참사를 키운 배경으로 지목됐다. 불이 난 곳은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영구임대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화재 발생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노후 임대주택의 소방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55분쯤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가구에 거주하던 모자인 6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숨졌다.
모자는 베란다 쪽 아파트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불을 피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모친은 뇌병변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함께 거주하던 남편은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1992년 준공된 영구임대아파트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의무가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노후아파트로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노후 공동주택인 만큼 화재 안전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1990년에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의무가 처음 도입됐다. 이후 기준이 강화돼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아파트 전층'에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강화된 기준이 소급적용되지 않으면서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 상당수에는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없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강서구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비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현황'에 따르면 강서구의 321개 아파트단지 가운데 226개 단지(70.4%)에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46.1%보다 미설치율이 크게 높았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열감지기는 물론 완강기도 구비됐다"며 "초고층은 대피공간이 내화구조로 된 경우도 있지만 노후 아파트의 경우 사고 발생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공지원을 바탕으로 단지 여건에 따라 간이 스프링클러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자동확산소화기를 보완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호·민수정·신홍규 기자 zz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