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에코백' 들었는데 "와! 부자네"…명품보다 알아준다는 이것

전형주 기자
2026.09.24 07:00
1박 숙박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호텔 에코백이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명품의 대중화와 중고 거래 활성화로 희소성이 떨어지자, 일부 부유층이 '아는 사람만 아는(IYKYK·If You Know, You Know)' 아이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다녀온 미국 유타주 아만기리 리조트. /사진=제니 인스타그램

가방 가격은 수만원이지만 이 가방이 떠올리게 하는 호텔의 1박 숙박비는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른다. 최근 아만과 만다린 오리엔탈, 포시즌스 등 고급 호텔의 에코백과 토트백이 '아는 사람만 아는(IYKYK·If You Know, You Know)'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알아보는 명품 로고 대신 고급 호텔에서의 경험을 아는 사람끼리만 알아보는 방식이다. 되팔 수 없는 경험에 큰돈을 쓸 수 있는 여유 자체가 새로운 '럭셔리'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백 대신 호텔 에코백…'경험'을 드러낸다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고객층을 넓히면서 명품은 중산층도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 됐다. 여기에 중고 거래까지 활발해지면서 명품을 갖는 것만으로는 남과 차별화하는 게 어려워졌다. 이에 일부 부유층의 관심은 여행과 호텔, 웰니스 등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경험으로 옮겨갔다. 명품 구매와 호텔 숙박은 비슷한 돈이 들어도 지출의 성격이 다르다. 가령 1000만원을 주고 산 가방은 중고로 팔아 지출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인기 제품이라면 웃돈이 붙기도 한다. 반면 같은 돈을 숙박과 식사에 썼다면 이미 누린 경험을 되팔 수는 없다. 사진은 아만 도쿄의 에코백. /사진=아만 도쿄 공식 홈페이지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급 호텔에서 판매하는 에코백과 토트백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명품 소비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고객층을 넓힌 데다 중고 거래까지 활발해지면서 과거보다 명품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반면 호텔 숙박이나 여행과 같은 경험은 물건과 소비의 성격이 다르다. 가령 1000만원을 주고 산 가방은 중고로 팔아 지출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인기 제품이라면 웃돈이 붙기도 한다. 같은 돈을 숙박과 식사에 썼다면 이미 누린 경험을 되팔 수는 없다.

호텔 로고가 찍힌 에코백은 이런 소비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표식이 될 수 있다. 고가의 숙박비를 부담할 경제력뿐 아니라 먼 휴양지에서 며칠씩 머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까지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호텔과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굿즈도 있다. 아만은 총지배인의 재량으로 단골에게 '아만정키' 티셔츠를 선물한다. 단순히 호텔을 이용했다는 것을 넘어 해당 호텔의 단골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끼리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이다.

호텔들은 이러한 관심을 상품 판매로 연결하고 있다. 아만은 '아만 에센셜'을 통해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온라인과 호텔 부티크에서 판매한다. 포시즌스 교토도 호텔 로고가 찍힌 토트백을 3630엔(약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놓고 자랑 대신 '아는 사람만 안다'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의 모습/사진=갤러리아백화점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큼지막한 명품 로고 대신 같은 취향이나 경험을 공유한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통해 자신의 소비 수준을 드러내는 방식은 과거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학술지 '저널 오브 마케팅'에 실린 '명품을 통한 지위 표현: 브랜드 로고 노출도의 역할' 논문은 소비자의 재력과 지위 과시 욕구에 따라 명품 선호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재력이 충분하면서도 과시 욕구가 낮은 소비자는 같은 집단끼리 알아볼 수 있는 은밀한 표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부를 알리기보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확인하는 데 관심이 컸다.

실제 상품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이 구찌와 루이비통 가방 465종을 분석한 결과 브랜드 로고가 덜 두드러지는 제품일수록 가격이 높은 경향이 있었다. 반면 모조품 업체들은 표식이 눈에 잘 띄는 제품을 더 많이 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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