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케이팅 레이스가 끝나면 선수들은 공통된 행동을 한다. 스케이팅 복장(수트) 지퍼를 내리는 것이다.
선수들은 수트에 붙은 일체형 후드를 젖혀 머리카락을 드러내고, 마치 숨쉴 공간을 열듯 지퍼를 내린 다음, 전광판을 보며 기록을 확인하곤 한다. 쇼트트랙 등 다른 동계스포츠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허리를 잔뜩 숙인, 달리는 자세에 적합하게 수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수트는 공기역학을 고려해 저항을 줄이고 속도에 도움이 되게끔 만든다. 스케이터들이 전력질주하는 자세를 유지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허벅지나 허리쪽은 신축성도 포기했다.
때문에 수트를 완전히 착용하면 직립한 상태로 서있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이에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지퍼를 내려 몸을 세운다. 이때 지퍼를 내리지 않은 선수는 경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를 숙이고 손을 무릎에 짚은 것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나이키'는 지금과 같은 '과학적 수트'를 개발했다. 당시 미국과 네덜란드 선수들이 나이키 수트를 입었고 성적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대표팀 차민규 선수는 지난 12일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확정짓자 동료 김준호와 함께 태극기를 들었다. 두 선수 역시 지퍼를 내린 채였다.
동계올림픽에서 또 흥미로운 점은 아이스하키 퍽(Puck)의 유래다. 퍽은 검고 딱딱한 강화고무로 만든다. 처음은 어땠을까. 말똥이나 소똥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아이스하키 종주국은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 눈이 많이 오고 얼음이 흔한 북유럽·북미 국가다. 겨울철 교통수단으로 말 썰매가 흔했다. 말이 눈 위에 배설을 하고 몇 시간 지나면 이것은 중력에 눌리고 얼면서 원반 모양의 검고 딱딱한 물체가 됐다.
지금 우리가 보는 '퍽'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것을 막대로 치고 논 것이 아이스하키의 시초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정사'보다는 '야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북미 하키리그(NHL)는 홈페이지에서 퍽으로 가장 많이 쓰던 재료가 동물의 배설물이었을 거라고 인정한다.
NHL은 "물론 이 전설(legend)에 증거는 없다"면서도 "오랜기간 '우리는 쉬티(shitty)를 했어'라고 말해 왔다는 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하키 경기의 별칭이 쉬티, 즉 'X 치기 놀이'였다는 얘기다.
지금의 퍽이 '고무'라고 부드러울 걸로 생각하면 큰일 난다. 날아가는 퍽은 최대시속 180km까지 나온다고. 야구에서 아무리 빠른 공도 퍽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하키 스틱으로 쳐서 날아오는 퍽을 잘못 맞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
하키의 골키퍼 격인 '골리'는 양 무릎과 다리에 딱딱한 사각형의 보호대(패드)를 착용한다. 무릎을 굽혀 앉으면 마치 변신로봇처럼 빙판과 밀착된다. 골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다.
아이스하키 종주국을 이야기하다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빙상 문화가 발달한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에서 먼저 생겼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현대적인 의미의 아이스하키 규정은 1877년 캐나다에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캐나다는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톱 수준의 아이스하키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