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인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정기전. 졸업생이 떠올려 본 고연전 혹은 연고전은 어땠을까.
NC 다이노스의 외야수 천재환(29)은 2013년 고려대 입학 후 정기전을 경험한 선수다. 2학년 때인 2014년부터 정기전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 그는 4학년 시절인 2016년에는 3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면서 고려대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당시 상대팀 연세대는 박상원, 박윤철(이상 한화 이글스), 성재헌(LG 트윈스), 김동우(롯데 자이언츠) 등 좋은 투수진으로 이뤄졌다. 이들에게 틀어막혀 3-0으로 뒤지던 고려대는 4회 2점, 7회 2점을 올리며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천재환이 있었다. 4회 말 공격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그는 7번 김기담의 2타점 적시타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7회 1사 1, 2루에서는 박윤철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역전 점수를 올렸다.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천재환은 당시를 떠올리며 "매우 좋았고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연세대가 투수력이 좋았는데, 뭔가 잘하고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그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7회 결승타를 치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정기전과는 달리 이전에는 잠실야구장에서 개최됐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기 어려운 구장에서 많은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뛰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천재환 역시 "다른 학교 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한다. 관중도 많고 축제 같은 분위기지만, 그 안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긴장감도 있다"면서 "학생 때 경험하기 힘든 걸 일찍 경험해봤다"고 말했다.
천재환이 만든 2016년의 역전승이 고려대에는 마지막 정기전 승리였다. 8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3 정기 고연전(연세대 주최)에서 고려대는 4-6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선발 정원진이 2회 말 이동준에게 2타점 3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준 고려대는 5회에도 만루 상황에서 이도겸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흐름을 내줬다. 2-6까지 밀리던 고려대는 9회 초 안재연의 내야땅볼과 박건우의 적시타로 2점 차까지 따라갔으나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이에 고려대는 2017년(4-5 패배) 이후 정기전 야구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2018년 태풍으로 인한 취소, 2020~2021년 코로나19로 취소).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 천재환은 "끝까지 보진 못했는데 지고 있는 건 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때가 마지막(정기전 승리)이었나"고 반문했다.
그래도 천재환은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그는 "예전 더 선배들 때도 그렇고 항상 정기전은 전쟁이고 분위기도 삭막했다"면서 "분위기를 전쟁 같이 하든 즐기든 어차피 선수들은 항상 이기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정기전은 어떻게 보면 성적이나 신인드래프트와는 별개의 일이니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졸업 후 2017년 NC에 입단한 천재환은 부상으로 한 차례 육성선수 계약이 해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했고, 올해는 8일 기준 1군에서 75경기에 나오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고교 시절 프로 대신 대학 무대로 진출한 그는 결국 프로에 입문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야구가 본인에게는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천재환은 "대학야구가 침체돼 있어 안타깝다. 고교 졸업 선수보다 드래프트가 되지 않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런 걸 겪으면서 대학에 진학한 걸 후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고 말한 그는 "4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았을 텐데 후회되지 않게끔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