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추춘제로 전환한 일본프로축구 J리그는 2026~2027시즌을 오는 8월부터 치르게 된다. J리그는 새 시즌에 돌입하기 전 '100주년 비전리그'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 6일부터 특별 대회를 치르고 있다.
1부리그(J1) 20개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동부지구(10개팀)와 서부지구(10개팀)로 나뉘어 진행되며 6월 7일 우승팀이 결정될 예정이다. 비록 특별 이벤트 형식이지만 이 대회 우승 팀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하위 팀이 2부리그(J2)로 강등되지는 않는다.
100주년 비전리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승부가 없다는 점이다.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연장전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를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승점 부여 방식도 특별하다. 정규 90분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승점 3점, 패배한 팀은 승점 0점이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이긴 팀은 승점 2점을 받고 패배한 팀도 1점의 승점을 받는다.
J리그가 정규시즌에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무승부 없는' 대회를 만든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기 막판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흥미 요소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J리그의 이같은 결정에는 또 다른 노림수도 있다. 오는 6월 펼쳐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내심 8강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일본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최근 4차례의 월드컵에서 3번이나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번번이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흥미롭게도 3차례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은 승부차기에서만 2번 패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은 파라과이에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도 일본은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졌다. 당시 일본은 믿었던 1, 2번 키커였던 미나미노 다쿠미(31·AS모나코)와 미토마 가오루(29·브라이턴&호브 앨비언)가 모두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초대 J리그 의장을 지낸 가와부치 사부로(90)는 지난 1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일본은 페널티 킥을 잘 못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승부차기에서 처음부터 모두 실수가 나왔다"며 무승부를 없애고 승부차기를 대회에 도입한 J리그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J리그의 규정 변화가 일본 대표팀의 승부차기 트라우마 극복에 얼마나 도움을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승부로 끝나는 것보다는 승부차기로 승패를 결정짓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5일까지 치른 100주년 비전리그 30경기 중 무려 12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전체 경기 가운데 40%가 승부차기로 끝난 셈이다.
승부차기가 펼쳐진 경기 가운데 최대 하이라이트는 지난 2월 7일 4만 2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감바 오사카와 세레조 오사카의 '오사카 더비'였다.
이 경기에서 두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0-0을 기록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차기에서 감바 오사카가 5-4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무승부 대신 승부차기를 치르는 제도는 100주년 비전리그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세계 프로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 제도가 일본 대표팀의 월드컵 8강 진출을 위한 J리그의 배려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