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말로만 듣던 김현수(38) 효과를 절실히 체감 중이다. 한 팀의 모든 걸 바꿔놓은 베테랑의 가치를 아는 데는 딱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에 위치한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열린 2026 KT 스프링캠프에서 "왜 김현수를 쓰는지 알겠다. 연습하는 걸 보면 정말 좋은 선수다. 왜 김현수인지를 알았다고 말했으면 끝난 거다. 그 정도로 팀에 잘 녹아들었고 후배들도 잘 따른다. 정말 성실하고 잘해서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11월 KT와 3년 5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 FA 계약을 체결하고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한국시리즈 MVP 활약으로 전 소속팀 LG 트윈스를 구단 4번째 통합 우승으로 이끈 지 한 달만의 일이었다.
2년간의 부진을 뒤로 하고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김현수가 FA가 되면서 또 하나 주목받은 것이 리더십이다. LG가 7년 연속 가을야구로 가는 강팀이 된 데에는 2018년 미국에서 복귀한 김현수를 영입한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어느덧 KBO 리그 최고참으로 분류되는 나이에도 매일 야구장으로 1~2등으로 출근해 트레이닝장 문을 닫고 나가는 그 솔선수범은 LG 팀 문화를 본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실제로 2018년 8위에 머물던 LG는 가을야구 단골팀이 됐고, 2023년과 2025년에는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하지만 유한준-박경수-황재균으로 이어지는 역대급 주장 라인과 훌륭한 베테랑이 많은 KT였기에 김현수가 꼭 필요했을지 의문도 있었다. 이 부분은 또 다른 KT 베테랑이자 2년 연속 캡틴 장성우(36)의 말에 뼈가 있었다.
장성우는 "지난해 첫 주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올해 내가 항상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선수들끼리 사이가 좋고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강팀이 아니다. 잘하는 사람이 많이 모인 팀이 강팀이다. 선수 스스로 항상 더 발전해야 팀이 발전한다. 경기할 때는 항상 팀플레이를 우선으로 행동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KT는 훌륭한 베테랑들과 신인들의 활약으로 1군 입성 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이후에도 꾸준히 가을야구로 향했다. 하지만 그 베테랑들이 하나둘씩 떠나며 차츰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끝은 KBO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게임에 이은 6위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기록의 중단이었다.
김현수는 그 분위기만 좋던 더그아웃에 조용히 경각심이라는 형태로 스며들었다. 장성우는 "나도 밖에서만 많이 봤지, (김)현수 형과 같은 팀에서 한 건 처음이다. 아마 나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부터 중간급 선수들까지 아마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수 형은 나 자신이 증명해야 후배들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고 베테랑이 되면 그 부분이 가장 힘든데 현수 형은 그런 부분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이지 않나"고 덧붙였다.
KT 선수들에 따르면 김현수가 하는 일은 LG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 일찍 훈련을 시작해 정해진 일과를 수행한다. 쉴 때면 꾸준히 후배들과 식사하며 거리를 좁힌다. 평범해 보이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지는 일상에 KT 선수들도 차츰 그 위대함을 깨닫고 있다.
장성우는 "현수 형은 항상 빠르게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배다. 최고참이 그러면 밑에 선수들은 따라가야 하니까 불편할 수 있다"라고 웃으며 "감독님이나 코치님 입장에서는 '저렇게 대단한 김현수 같은 선수도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있어 이번에 우리 선수들도 잘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조용히 KT를 바꿔놓은 당사자는 정작 우려가 앞선다. 절친 황재균과 허경민 등을 통해 누구보다 팀 문화가 좋은 KT임을 알았기에 영입 당시에는 관망을 선택했던 김현수다.
김현수는 "내가 솔선수범한다기보다 나는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다. 가끔 걱정될 때도 있다. 나는 체력이 돼서 하는 것인데 사람마다 체력은 다르다. '저 형도 저렇게 하는데' 하고 따라 하다가 체력이 나가면 안 되는데... 고참뿐 아니라 어린 후배들이 더 걱정이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KT 구성원 모두의 칭찬에는 "아직은 기간이 짧아서 그렇다. 짧게 보면 좋은 사람이 있고 길게 봐야 좋은 사람이 있는데 짧아서 그럴 수 있다"고 웃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좋고 이제 실전이 남았는데, 게임을 하다 보면 소속감도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