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으로 최고 지도자를 잃은 한 팀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 과도한 처우 개선 논란에 휩싸인 팀은 싸늘한 팬심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과 이란이 대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 티켓을 건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오는 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맞붙는다.
한국(21위)은 객관적 전력에서 이란(68위)에 크게 앞서지만, 경기를 앞둔 팀 안팎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일단 상대 팀 이란은 현재 국가적인 충격에 휩싸여 있다. 호주 매체 'ABC뉴스'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란 대표팀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 말을 아꼈다.
마르지예 자파리 이란 감독은 공습 관련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답변을 거부했고, AFC 관계자 역시 정치적 질문을 원천 봉쇄했다. 이란 선수들은 정권에 대한 언급이 금지된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팀 버스 창밖으로 손짓을 보내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권리 요구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부 선수들은 남자 대표팀과 차등 규정 개선을 요구하며 비즈니스석 제공 등을 조건으로 보이콧까지 예고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수용하며 일단락됐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시장성과 경기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거셌다.
A매치 156경기에 출전한 조소현의 경솔한 발언은 싸늘한 여론에 결정타를 날렸다. 조소현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 여자 대표팀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단복을 입는다는 소식을 공유하며 "한국은 이런 거 없나?"라는 글을 남겼다. 가뜩이나 비즈니스석 제공을 요구하며 대회 보이콧까지 거론했던 상황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보다 명품 단복 같은 외형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결국 신상우호는 4년 전 인도 대회에서 거둔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재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싸늘해진 민심을 돌려세워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8위), 북한(9위), 호주(15위) 등 강팀들이 즐비해 대진운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의 주장 자흐라 간바리가 "신의 뜻에 따라 반드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겠다"라고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동안, 한국은 스스로 불러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이란전에서라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간의 요구 사항들과 맞물려 여자축구계를 향한 비판의 화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GK : 김민정(인천 현대제철), 류지수(세종 스포츠토토), 우서빈(서울시청)
DF : 신나영(브루클린 FC·미국), 추효주(오타와 래피드FC·캐나다), 고유진(인천 현대제철), 김진희, 장슬기(이상 경주 한수원), 김혜리(수원FC 위민), 노진영(문경 상무), 이민화(화천KSPO)
MF : 강채림(몬트리올 로즈FC·캐나다), 김신지(레인저스WFC·스코틀랜드), 박수정(AC밀란·이탈리아), 정민영(오타와 래피드FC·캐나다), 김민지(서울시청), 문은주(화천KSPO), 박혜정(인천 현대제철), 지소연, 최유리(이상 수원FC 위민), 송재은, 이은영(이상 강진여자축구단)
FW : 케이시 유진 페어(엔젤시티FC·미국), 전유경(몰데FK·노르웨이), 손화연(강진여자축구단), 최유정(화천KS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