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이 그야말로 대만 팬들에게 점령 당했다.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첫 일정이었던 대만-호주의 맞대결은 이미 대만에서 건너온 수만 명의 원정 응원단에 의해 '타이베이돔'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대만에서 열리는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대만 팬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5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호주의 2026 WBC C조 1차전. 이미 대만에서 건너온 수만 명의 원정 응원단은 도쿄돔 4만 3천여 석 곳곳을 대만 홈 유니폼인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이들은 특유의 조직적인 응원가와 폭발적인 함성을 쏟아내며 현장을 순식간에 도쿄돔을 '타이베이돔'처럼 바꿔놨다.
이날 대만 팬들은 공격 상황마다 파도타기 응원과 일제히 터져 나오는 구호로 경기장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호주 투수진이 투구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의 데시벨이 이어졌다. 도쿄돔 특유의 폐쇄형 구조는 소음을 가둬 증폭시킨다. 대만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상대팀에게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날 0의 균형은 5회말 호주의 투런 홈런으로 깨졌지만 대만 팬들의 화력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6회초 2사 1사 상황에서 대만 주장이자 외야수 천제젠이 몸에 맞는 공을 맞자 폭풍 야유가 나왔다. 경기에서는 0-3으로 대만이 호주에 졌다.
문제는 이러한 대만의 광적인 응원 화력이 오는 8일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한국과 대만전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커다란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도쿄돔을 가득 메울 대만 팬들의 야유와 함성을 뚫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멘탈 관리가 승패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도쿄돔에서 일본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지만, 일본 팬들과 대만 팬들은 다소 다른 응원 방식을 지니고 있다.
결국 8일 '운명의 대만전'을 앞둔 대표팀에 주어진 지상 과제는 평정심 유지도 포함됐다. 5일 경기 결과만 보더라도 대만이 호주에 패했고, 한국이 체코를 잡았지만 대만전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대만 팬들이 만들어낼 거대한 소음의 벽을 뚫고 제 실력을 발휘해야만 8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류지현호가 도쿄돔을 가득 메울 '푸른 파도'를 잠재우고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