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야구의 유쾌한 반란이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무대에서 멈췄다. 하지만 이탈리아 선수단을 이끌었던 프란시스코 서벨리(40) 감독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이탈리아 야구 역사를 새로 쓴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벨리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4강전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접전을 펼친 끝에 2-4로 무릎을 꿇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7회까지 2-1로 앞서는 대등한 승부를 이어가며 전 세계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023년 열린 WBC에서 8강에 올랐던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4강이라는 쾌거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서벨리 감독의 표정에는 아쉬움보다 자부심이 가득했다. 서벨리 감독은 "방금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너희가 이번 대회의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말해주고 왔다. 아무도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해냈다. 정말 자랑스럽다"는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이탈리아는 선발 투수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4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베네수엘라의 막강 화력을 잠재웠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 마이클 로렌젠(콜로라도 로키스)이 2⅔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서벨리 감독은 7회초 2-1로 앞서다 2사 상황에서 연속 안타를 맞은 역전 상황에 대해 "로렌젠은 우리의 핵심 카드였고, 실수가 아닌 상대가 잘한 것뿐이다. 우리는 마이너리그 팀이 아닌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했다"며 끝까지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번 대회 이탈리아의 돌풍은 본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서벨리 감독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간으로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700만 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야구가 이정도의 반향을 일으킨 것은 전례 없는 일로 평가 받는다.
서벨리 감독은 "우리는 더 이상 '신데렐라'가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탈리아 야구는 혁명을 일으켰고, 야구라는 종목을 국가 지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3년 뒤 열릴 차기 대회에서는 모든 팀이 우리를 진지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벨리 감독은 "내가 어린 시절 월드컵 기간에 모두가 축구를 보면서 시작했던 것처럼 이제 이탈리아 아이들도 글러브와 배트를 들고 경기장으로 향할 것 같다. 나의 역할은 조력자일 뿐이며,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 야구에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