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58) LG 트윈스 감독이 개막 4경기 만에 프로 6년 차 우강훈(24)을 필승조로 점찍었다.
우강훈은 희망대초-매송중-야탑고 졸업 후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우완 사이드암이다. 데뷔부터 계속된 제구 난조에 1군 4경기 평균자책점 7.5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롯데는 2024년 3월 손호영(32)과 일대일 트레이드를 위해 우강훈을 포기했다.
LG에서도 지난해까지 9이닝당 볼넷 5.06개로 불안한 제구는 여전했다.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다가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지기 바빴다. 하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무언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4⅓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삼진만 3개를 솎아냈고,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따냈다.
그 기세가 정규시즌에도 이어졌다. 시즌 첫 경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우강훈은 3월 28일 잠실 KT 위즈전, LG가 5-11로 지고 있는 8회말 등판해 장성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허경민을 3구로 땅볼 처리하더니 한승택에게 다시 한번 삼진을 솎아냈다. 18안타를 두들겨 맞은 이날 LG의 유일한 삼자범퇴 이닝이었다.
두 번째 등판이던 1일 잠실 KIA전은 긴가민가하던 LG 팬들에게 느낌표를 달아준 경기였다. LG가 4-1로 앞선 8회초 등판한 우강훈은 최고 시속 154㎞ 강속구를 던지며 정현창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후속 두 타자 역시 공 7개로 땅볼로 잡아내면서 데뷔 첫 홀드를 챙겼다.
놀라운 활약에 사령탑은 급기야 우강훈을 필승조로 못 박았다. 2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우강훈은 이제 완전한 승리조다. 내 머릿속에 우강훈은 (불펜 투수 중) 3번 안에 들어왔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팔을 뒤로 빼는 동작을 짧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투구 메커니즘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잠수함 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건 공에 힘이 없을 때나 이야기다. 이제 (우)강훈이는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쓰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도 믿음에 보답한 새로운 필승조다. 우강훈은 이틀 연속 8회에 올라와 3경기 연속 퍼펙트 이닝을 해냈다. 해럴드 카스트로와 김도영을 공 3개로 처리하더니, 나성범을 풀카운트 끝에 공 8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시즌 두 번째 홀드.
경기 후 만난 우강훈은 "1군에서 이렇게 타이트한 경기에 연투는 처음이다. 연투라 어제(1일) 경기 이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다행히 불펜 피칭 때 몸 상태가 좋아서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좌타자 나성범과 승부가 하이라이트였다. 몸쪽으로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을 연거푸 던지며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에 나성범도 계속해서 걷어내며 맞섰고 풀카운트까지 갔다. 그러나 처음으로 몸쪽 낮은 곳에 커브를 뚝 떨어트리면서 나성범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우강훈은 "오늘(2일) 투구는 잘 던질 수 있는 공에 더 집중해서 던졌다. 마지막 삼진을 잡을 때 처음에는 직구로 붙고 싶었다. 직구 타이밍이 점점 맞아가는 느낌이 들었고 타자들이 점점 더 앞쪽에 두고 맞추는 것 같았다. 오늘 커브가 좋아 마지막 결정구로 마음먹었고, 자신 있게 던진 것이 잘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그렇게 쫄지 않는 성격이다. 좌타자에게도 원래 더 강했다. 점수 차가 크든 작든 상관없다. 오히려 점수 차가 적을 때 타자들이 더 집중해서 들어오는데 지금은 그걸 더 즐기고 있다. 마침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어서 더 좋다. 손자 경기 안 나올 때는 다른 경기도 찾아볼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라 전화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필승조라는 새로운 보직에도 부담보단 책임감을 느꼈다. 우강훈은 "이번 시즌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더 타이트한 상황에 나를 기용할 수 있도록 더 집중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또 앞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면 팬 여러분들이 트윈스 경기를 더 재밌게 즐기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