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힘들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대기하는 불펜에 비하면 선발은 왕 대접을 받는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50) 감독이 전날(8일)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12실점으로 무너진 좌완 이승현(24)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사실상 선발 로테이션 탈락을 공식화하며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2군에서 당분간 조정에 들어간다고 천명했다.
박진만 감독은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우천 취소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좌완 이승현의 투구 내용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기력"이라며 입을 뗐다.
이승현은 지난 8일 KIA전에서 2⅔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11피안타 8볼넷 12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박 감독은 특히 선발 투수가 누리는 '특권'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강조하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박 감독은 "선발 투수는 5일이라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주어지고, 본인의 루틴과 스케줄에 맞춰 주는 왕 대접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다"며 "매일 힘들게 대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불펜 투수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왕'과 같은 대우를 받는 보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어제와 같은 투구 내용은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최악의 모습이었다"고 일갈했다.
기복 있는 제구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감독은 이승현의 투구 내용에 대해서도 "제구도 아예 안 됐고 구속도 떨어졌다. 투수마다 컨디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편차가 이 정도로 크면 벤치에서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며 "선발 로테이션에서 우선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삼성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승현은 곧바로 엔트리에서 말소됐으며, 그 자리는 박승규, 이성규, 유승민 등 야수진이 채웠다. 박 감독은 "이승현은 우선 재정비가 필요하다. 퓨처스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당분간 1군 복귀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승현의 이탈로 생긴 선발 공백은 '에이스' 원태인의 복귀와 기존 자원의 보직 변경으로 메울 계획이다. 박 감독은 "원태인이 일요일(12일)에 돌아오고, 후라도, 오러클린, 최원태, 양창섭으로 로테이션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좌승현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현재 롱릴리프로 활약 중인 장찬희를 선발로 전환해 투구 수를 늘리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부상으로 교체된 타자 김태훈은 왼쪽 햄스트링 손상이 의심되어 대구 지정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박 감독은 "손상이 없더라도 3~4일은 경기 출전이 힘들 것 같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