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아주 놀라운 패배는 아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북한의 높은 벽을 절실히 체감했다.
박윤정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북한에 0-5로 대패했다.
이날 경기는 조 1위 결정전이었다. 한국과 북한은 앞선 두 경기에서 나란히 2연승을 달리며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마지막 3차전은 조 1위 자리를 건 자존심 싸움이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북한은 너무나 강했다. 박윤정호가 토너먼트 대비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압도적 격차였다.
시작부터 흐름을 내준 한국은 수문장 김채빈(광양여고)의 선방을 앞세워 버텼지만, 전반 37분 강류미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뒤 급격히 무너졌다. 전반 45분과 추가시간 1분 박옥이에게 잇달아 실점하며 0-3으로 하프타임을 맞이했다.
박윤정 감독은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반전을 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후반 3분 박일심의 코너킥에 그대로 실점했고, 3분 뒤 호경에게 5번째 골까지 헌납하며 무릎 꿇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북한은 90분 동안 32개에 달하는 소나기 슈팅을 터트렸다. 그중 15개가 골문 안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이었다.
AFC 공식 기록지에는 슈팅 숫자 0-32라는 굴욕적인 수치가 남았다. 슈팅 수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점유율도 32.3%로 크게 밀렸고, 공중볼 경합 승률 역시 20.8%에 불과했다. 크로스 횟수도 한국은 1개, 북한은 33개로 차이가 극심했다.
그럼에도 한철학 북한 감독은 AFC와 공식 인터뷰에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경기력의 70~8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선수들 간 협력도 기대했던 만큼 좋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한과 큰 격차를 절감한 한국은 B조 2위로 대회 8강에 진출했다. 상대는 개최국 태국으로 까다로운 대진이 기다리고 있다. 양 팀은 오는 12일 오후 10시 태국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또 한 번 남북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국이 태국을 잡고 4강에 오른다면 북한-호주 경기 승자와 만나게 되기 때문.
한편 이번 대회엔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다. 4강에만 오르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한국은 태국만 꺾으면 2022 코스타리카 대회와 2024 콜롬비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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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FC, 한국축구대표팀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