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이 타율 0.435-장타율 0.696 폭발' KBO 최초 사나이 누가 되나, LG서 시작된 쟁탈전 더 뜨거워진다

김동윤 기자
2026.04.10 09:21
KBO는 올해 수비 유틸리티 상을 신설하여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LG 트윈스의 구본혁은 지난해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고, 그의 활약 덕분에 유틸리티 부문 신설이 논의되었다. 현재 LG의 천성호가 뛰어난 타격 성적을 보이며 초대 수상자 경쟁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 경기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천성호가 호쾌한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올해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신설한 수비 유틸리티 상은 간단한 제스처만으로도 잊힌 가치를 재조명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한 좋은 예다.

이전까지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그저 주전 선수들의 이탈했을 때 급히 투입하는 '땜빵'으로만 취급됐다. 수비도 공격도 이도 저도 아니었던 선수들이 경기 후반 투입돼 구멍을 메워주면 고맙다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부터 그 인식이 확 달라졌다. 어디서도 주전 선수 못지않은 공격과 수비를 보여주는 플레이어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선수들에게 기본 두 개의 포지션을 맡게 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제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주전 선수들의 휴식 혹은 전략상 이유로 제외됐을 때 선발 출전도 할 수 있는 '10번째 주전'으로 재정의됐다.

한국 KBO 리그에서 그 가치를 입증한 것이 LG 트윈스 구본혁(29)이었다. 지난해 LG는 홍창기(33)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구본혁이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까지 출전하면서 정규시즌 131경기 타율 0.286(343타수 98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17로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염경엽(58) LG 감독 역시 구본혁을 LG 우승의 1등 공신으로 꼽았다.

시즌 종료 후 KBO 골든글러브 부문에 유틸리티 부문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구본혁의 활약 덕분에 KBO 수비상 유틸리티 부문이 신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 경기가 지난달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구본혁이 2회초 1사 1,3루에서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송지만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초대 수비상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라는 KBO 최초 사나이 타이틀을 향한 쟁탈전도 2026시즌 초반부터 뜨겁다.

공교롭게도 그 치열한 경쟁의 시발점도 LG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던 구본혁이 10경기 타율 0.143(21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OPS 0.360으로 주춤한 사이, 또 다른 유틸리티 플레이어 천성호(29)가 펄펄 날고 있다.

천성호는 9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4득점, 출루율 0.519 장타율 0.696 OPS 1.215로 주전급 성적을 내고 있다. 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작렬하며, 팀의 역전승 및 4연승에 공헌했다.

사실 KBO 수비상 유틸리티 부문에 공격적인 면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 능력을 발휘한 포지션별 선수에게 시상하는 KBO 수비상은 각 구단 감독, 코치 9명, 단장 등 구단당 11명씩 총 11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한다. 유틸리티 부문은 시즌 540이닝 이상 수비수 중 3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각각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를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전혀 타격 성적이 반영되지 않음에도 중요시되는 데는 출전 기회에 있다. 한 선수가 생각보다 3개 이상 포지션에 각각 50이닝을 들어간다는 건 KBO 리그에서 쉽지 않다. 아직 KBO 리그에서는 휴식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주전 선수를 과감히 제외하는 일이 많지 않다. 유틸리티 선수들이 타격을 일정 이상 보여줘야 조금이라도 현장에서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수비 이닝에서도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로 현시점 3개 이상 포지션이 가능한 주전급 유틸리티 선수는 LG 구본혁과 천성호, KT 위즈 오윤석(34), SSG 랜더스 안상현(29), NC 다이노스 서호철(30) 등 열 손가락에 꼽는다.

LG 천성호. /사진=김동윤 기자

대표적으로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중시하는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구본혁을 외야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구본혁이 (지난해) 8월에 누구보다 잘 치고 있는데 못 쓰고 있는 것이 전략적으로 손실이다. 또 내야와 외야를 같이 해놓는 것이 전체적인 활용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G는 그런 면에서 KBO 수비상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가 나올 유력한 구단으로 여겨진다. 이미 사령탑 차원의 밀어주기는 시작됐다.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을 두고 "주전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고, 천성호에는 "지난 시즌 많이 성장했다. 또 타석에서 쉽게 죽지 않는 타자. 콘택트가 되는 타자"라고 칭찬했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좋은 경쟁자도 있다. 구본혁이 3루수 40이닝, 유격수 20이닝, 천성호가 3루수 49이닝으로 빠르게 조건을 충족해 나가고 있다.

천성호는 지난 2일 잠실 KIA전을 "(문)보경이가 지명타자로 나가고 있어 내가 출전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계속 똑같은 마음으로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구)본혁이 형이랑 원래 친했어서 계속 둘이 수비 하면서 피드백해주고 많이 배우고 있다. 수비상은 물론 받고 싶지만, 본혁이 형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고 수비를 잘해야 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차분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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