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고 좌완 박근서(18)가 올해 후반기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후보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미국 메이저리그(ML) 팀들도 여럿 관심을 보이면서 KBO 스카우트들의 마음도 복잡해지고 있다.
박근서는 경기 백마초-서울 홍은중을 졸업한 후 충암고를 거쳐 서울디자인고에서 에이스로 올라선 좌완 투수다. 190㎝에 가까운 키에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49㎞의 빠른 직구가 강점이다. 올해 주말리그를 시작으로 이마트배까지 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45, 21⅔이닝 8사사구(7볼넷 1몸에 맞는 공) 34탈삼진을 기록,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최근 덕수고의 우승으로 끝난 2026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하현승(18·부산고), 박찬민(18·광주일고) 등과 함께 국·내외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끈 선수이기도 하다. KBO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름값 상관없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았던 선수는 서울디자인고 박근서다. 전체적으로 야수 자원이 부족하고 눈에 띄는 투수가 많지 않던 이번 대회에서 박근서는 (자신을 향한) 스카우트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고 전했다.
스카우트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이유는 그간의 실적이다. 박근서는 1학년 6월 왼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MCL) 수술을 받고 충암고에서는 공식경기 ⅔이닝만 던진 뒤 지난해 서울디자인고로 전학을 갔다. 지난해에는 연습경기에만 나서며 투구 메커니즘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재활을 마친 후 시속 130㎞ 중반에 머무르던 직구 구속이 올해 윈터리그쯤에는 140㎞ 중반까지 껑충 뛰었다.
그 과정에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이번 이마트배는 소문을 성적으로 입증한 대회였다. KBO 스카우트 A는 "구속도 최고 시속 147㎞ 이상 나왔는데,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할 줄 아는 좌완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데 비슷한 팔 궤적으로 움직여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롭다. 또 체인지업도 자신 있게 던져 우타자들에도 헛스윙을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아직 보여준 것은 적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또 다른 KBO 스카우트 B는 박근서를 두고 "아직 몸을 쓰는 것이 100%는 아니다. 그런데도 벌써 시속 147~148㎞를 던진다. 향후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155㎞ 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박근서에 대한 관심을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C는 "아직 시간이 조금 있는 만큼 더 지켜보려 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선수는 맞다.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에 체격도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축구를 좋아했던 박근서는 2016년 가족과 함께 간 미국 여행에서 LA 에인절스 시절 최지만의 경기를 보며 야구에 빠졌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어 초등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인 야구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디자인고 전학도 오롯이 본인의 결정이었다. 선수층이 두껍고 좋은 좌완이 많던 충암고를 떠나 많은 출전 기회를 원했다. 롯데 자이언츠 2차 1라운드 출신 문동욱(34) 투수코치와 홍은중 출신 친구들이 많은 것도 한몫했다.
박근서는 "실력이 좋아진 데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컸다. 좋은 친구들이나 감독, 코치님들도 많이 만났다. 문동욱 코치님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치님이 SNS로 운동 관련 계정을 운영하셔서 처음 알게 됐다. 체계적으로 잘 알려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호 감독님은 내 미래를 봐주셨다. 사실 지난해 빨리 복귀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부상도 있고 야구를 오래 하려면 천천히 준비해 내년을 보자고 해주셨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첫 인터뷰임에도 자신을 설명함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박근서는 "현재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고 슬라이더는 계속 연습 중이다.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인데 변화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에서는 직구만으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커터 느낌으로 던지는 등 변화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롤모델을 묻는 말에는 예상 밖의 질문이 나왔다. 박근서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롤모델이다. 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운동선수로서 마흔 살이 넘었는데도 그렇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게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답했다. 이어 "야구를 오래 하려면 자기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1학년까진 뚱뚱했는데, 재활하면서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채웠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어서, 유튜브로 찾아보고 공부도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박근서에게 있어 이마트배는 쉽지 않던 재활과 식단 관리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대회였다. 그는 "올 시즌 시작하기 전에는 시속 150㎞도 던져보고 싶고 1라운드 상위 지명도 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프로에 가서도 안 아프고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오히려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남은 기간은 변화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를 보며 야구선수로서 방향을 튼 만큼, KBO리그 상위 지명을 목표하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꿈도 열어놓았다. 박근서는 "아직은 KBO리그에 먼저 가고 싶은 생각이 많다. 메이저리그는 나중에 잘 되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0%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와 배찬승 선수를 좋아한다. 배찬승 선수는 신인임에도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멋있었다. 나도 항상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선수다. 또 개인보다 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수다. 올해도 우리 팀과 함께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올라가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