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은 길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 타선을 압도했다. 8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건 라클란 웰스(29·LG 트윈스)가 아닌 마무리 유영찬(29)이었다.
웰스는 2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84구를 던져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회말 송찬의의 결승 투런 홈런 등에 힘입어 일찌감치 앞서갔고 9회말 유영찬의 깔끔한 마무리로 시즌 2번째 승리(1패)를 챙겼다.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2.12에서 1.44까지 낮아졌다.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쿼터로 20만 달러(약 2억 9500만원)에 데려온 투수가 이토록 잘할 줄은 몰랐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로 이어지는 화려한 선발진에 웰스의 자리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손주영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웰스가 임시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송승기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투구는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시절은 물론이고 웰스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눈부셨다.
1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삼자범퇴로 시작한 웰스는 4회를 제외하고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4회에도 1사에서 요나단 페라자에게 이날 유일한 안타를 맞은 뒤 문현빈을 볼넷으로 내보냈는데, 직접 날카로운 견제구로 문현빈을 잡아내더니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투구수가 누적되며 피로감이 쌓일 법한 상황에서 오른 8회에는 정작 이날 투구 중 가장 화려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채은성에게 바깥쪽 체인지업, 대타 이진영에겐 몸쪽에 찌르는 직구, 김태연은 다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으로 KKK로 이닝을 마쳤다.
이날의 가장 아쉬운 장면은 9회에 나왔다. 모두가 웰스의 등판을 기대하고 있던 찰나에 마운드에 투수 코치가 올라섰고 이어 웰스가 아닌 유영찬이 등판했다. 유영찬의 시즌 11번째 세이브로 LG는 안정적인 승리를 확정했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겐 못내 아쉬움을 남긴 장면이었다.
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웰스는 "9회에 너무 나가고 싶었다. 완봉승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나가고 싶다고 김광삼 코치님께 말씀드렸다. 8회말에 점수가 나면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아쉽지만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내려온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도 웰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만류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본인은 던지고 싶어했으나 무리시키지 않기 위해 교체했다"며 "완봉 기록보다 아직 시즌은 길고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80구를 던졌지만 100구와 같은 데미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퍼펙트피칭, 노히트노런, 완봉승 등의 기록에 집착하다가 투구수가 늘어나 후유증을 겪은 투수들의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염 감독은 앞서도 몇 차례나 이 부분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순리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웰스의 투구수가 너무도 적었다. 이닝당 평균 10.5개에 불과한 페이스였고 산술적으로는 100구 안에 9회를 끝낼 수도 있었다.
이날 최고 구속 시속 148㎞를 찍은 직구는 41구 던졌고 우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체인지업(23구)과 좌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커브(14구)와 슬라이더(6구)로 완벽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인생투를 펼치던 웰스였다. 염 감독도 "박동원이 웰스의 모든 구종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좋은 볼배합을 해줬고 웰스가 공격적인 피칭으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해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100점짜리 경기였기에 마지막 스스로 경기를 끝낼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