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홈런 2개 포함 4타수 4안타를 터뜨리며 볼넷도 무려 5개나 골라냈다.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통틀어 한 경기 최다 9출루 타이 기록을 쓰며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공포에 빠뜨렸다.
1회 첫 타석 2루타를 시작으로 3회 솔로 홈런, 5회 1타점 2루타, 7회 솔로 홈런을 폭발한 오타니는 9회, 11회, 13회, 15회 4타석 연속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17회 마지막 타석도 고의4구에 가까운 스트레이트 볼넷.
9회, 11회, 15회에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동 고의4구가 나왔다. 토론토는 끝내기 주자를 공짜로 내보내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오타니를 피하고 또 피했다.
오타니의 타격감이 워낙 뜨겁기도 했지만 단순히 무서워서 피한 건 아니었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ESPN’ 제프 파산 기자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돌아보며 3차전 오타니의 9출루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로버츠 감독이 슈나이더 감독에게 먼저 “하나 물어볼 게 있다”며 “우리 타선을 고려하면 누구도 출루시키고 않았겠지만 오타니가 그 다음날 선발 등판한다는 점을 감안해 그를 지치게 만들 생각은 없었나?”라고 물었다. 토론토의 4연속 고의4구에 또 다른 목적이 있음을 느낀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슈나이더 감독은 “그런 생각이 조금 있었다. 오타니를 그냥 베이스에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오타니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투구, 타격을 하면서 자주 출루해 주루도 많이 한다. 1루에서 3루까지 가는 것부터 도루까지 주루 플레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잘한다. 그래서 내일을 위해 오타니를 지치게 만들려 했다. 이걸 공개적으로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바로 다음날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이었다. 슈나이더 감독은 4차전까지 생각해 오타니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진빼기 작전을 썼다. 4연속 고의4구로 1루에 계속 내보내 주루 플레이를 하게끔 유도했고, 경기가 18회까지 무려 6시간39분이 소요되면서 오타니의 진을 완전히 다 빼놓았다.
로버츠 감독은 “그게 효과가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오타니에게 ‘내일 던질 수 있겠어?’라고 물었는데 그는 던질 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많이 지쳐 있었고, 수액까지 맞아 날카롭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연장 18회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으로 3차전 경기는 다저스가 6-5로 이겼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11분에 시작한 경기는 밤 11시50분에 끝났고, 전 이닝을 풀로 뛴 오타니는 경기 후 다리에 경련 증세를 보이며 수액을 맞았다.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오후 5시 시작된 4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4차전에서 오타니는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지진 않았지만 고전했다. 타석에서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토론토가 6-2로 승리, 시리즈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7차전 대혈투 끝에 다저스가 4승3패로 우승했지만 토론토의 저력도 빛난 월드시리즈였다.
한편 오타니는 올해 풀타임 투타겸업을 재개했다. 투수로 4경기(24이닝) 2승 평균자책점 0.38 탈삼진 25개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반면 타자로는 23경기 타율 2할5푼8리(89타수 23안타) 5홈런 11타점 OPS .854로 이름값에 비해 아쉽다.
로버츠 감독도 시즌 초반이지만 오타니의 체력 안배를 위해 지난 16일 뉴욕 메츠전에선 타자로는 쓰지 않고 투수로만 던지기 했다.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를 다시 겸한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던질 때마다 꼭 타자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로버츠 감독이 결정할 부분으로 투구에 집중해 달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며 등판 날에는 타격을 하지 않는 것에 열린 마음을 드러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