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의 소속팀이자 뛰었던 팀을 넘어섰다. 2026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자 '특급 우완 신인' 박준현(19·키움 히어로즈)이 데뷔전에서 시속 159km라는 경이로운 강속구를 뿌리며 KBO리그의 새로운 지배자 탄생을 알렸다. 박준현은 아버지인 박석민(41) 삼성 2군 코치가 건넨 조언과 함께 어린 시절 삼성을 응원했던 기억은 잊겠다고 강조했다.
박준현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4탈삼진 4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팀이 2-0으로 이기는 데 발판을 놓은 것이다. 역대 35번째이자 고졸 신인으로는 13번째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아버지가 속한 팀이자 아버지의 친정팀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경기를 보며 삼성을 응원하던 '삼린이'였던 박준현이 이제 키움 유니폼을 입고 삼성 타선을 초토화한 것이다. 박준현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어릴 때 응원했던 건 옛날 일이다"라고 웃으며 "과거는 잊고 키움의 투수로서 자신감 있게 던졌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박준현의 구위는 압도적이었다. 1회초 류지혁을 상대로 찍은 158.7km는 지난 24일 고척 삼성전에서 박승규를 상대로 안우진이 기록한 160.3km에 이어 이번 시즌 최고 구속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위기 관리 능력 역시 신인답지 않았다. 특히 2회초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낸 장면은 사실상 박준현이 5회까지 버티는 모멘텀이 됐다. 박준현은 "아버지가 (볼넷 주지말고) 들어가서 맞으라고 하셨다.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만 보고 자신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결국 맞더라도 상대와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존으로) 집어넣었는데 생각한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준현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16.20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준현은 "2군에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고는 약간 실망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한 뒤 "하지만 2군에서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2군에서) 정찬헌 코치님, 임규빈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준비했던 것 같다"는 감사 인사를 남겼다.
신인 드래프트 동기였던 장찬희(19) 삼성 선발 투수로 나온 것도 그에게는 큰 자극이 됐다. 박준현은 관련 질문에 끄덕이며 "이번에 저와 같이 신인으로 들어온 친구라서 경기하기 전부터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남자답게 인정했다.
정현우, 김윤하 등 국내 선발진의 부상 공백 속에 긴급 수혈된 '전체 1순위' 박준현. 하지만 박준현은 단 한 번의 기회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박준현 역시 "선발 욕심은 분명 있다. 오늘 나쁘지 않게 던졌으니 한 번 더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진솔한 말로 본격적인 로테이션 합류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