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규 지정 검토... 미국 법인 CEO, 대기업 총수 인정 첫 사례 되나
경실련 "김 의장 총수 지정해야", 쿠팡 "이중 규제"
한미 외교 문제 비화 우려... 국내 정치권 인사는 반감 표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장외 여론전'이 고조된다.
시민단체들은 쿠팡에 대한 김 의장의 실질적 지배력을 고려할 때 총수로 지정해서 국내법에 근거한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난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김범석 의장은 쿠팡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경영 전략·투자·지배구조 전반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의 4가지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김 의장과 그의 친족은 쿠팡 한국법인과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모기업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 한국 쿠팡 지분을 100% 보유했고, 이를 통해 한국 쿠팡이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 내 여러 기업을 우회적으로 소유한 형태가 아니어서 동일인 지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이중 규제' 지적이 나오는 배경엔 쿠팡Inc가 지금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각종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동일인 지정으로 한국 정부에도 공시와 자료 제출 등을 요구받게 된다는 전제가 깔렸다. 실제로 쿠팡Inc는 SEC에 김 의장 개인은 물론 친족 등 특수관계자, 지분 5% 이상 보유자가 12만달러 이상 거래한 모든 기록을 공개 중이다.
현재 쿠팡 이사회엔 아샤 샤르마(Asha Sharma)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엑스박스 CEO 등이 참여 중이다. 김 의장이 총수가 되면 쿠팡과 별개로 운영하는 이들 미국 법인 CEO도 '동일인 관련자'로 각종 정보보고 제출 의무를 받게 된다는 게 쿠팡 측의 입장이다.
쿠팡은 또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과 그의 배우자가 최근 4년간 140억원 상당의 급여와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란 지적에 대해선 이들이 쿠팡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고,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닌 만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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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게 되면 대기업집단 관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법인 CEO를 총수로 지정하는 사례가 된다.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해롤드 로저스(가운데)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2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하원 건물인 레이번 빌딩에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쿠팡 사태 관련 비공개 증언청취(deposition) 절차에 출석해 이동하고 있다. 2026.02.24. sympathy@newsis.com /사진=류현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615511292888_2.jpg)
한편 쿠팡에 대한 시각차가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국 공화당 내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은 지난 21일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란 입장을 밝혔다.
당정 주요 인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이 미국 워싱턴 정가에 로비를 강화했고, 이는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수습과 국제법 규제 적용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한 방송에서 미국 공화당 의원의 항의 서한 발송에 대해 "우리나라 법률의 조치에 대해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쿠팡Inc가 미국 하원행정처에 공시한 1분기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 로비 금액은 109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58만달러)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로비 대상은 미국 상·하원을 비롯해 부통령과 백악관 비서실,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농무부 등이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쿠팡이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단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은 로비 목적에 "한국과 대만, 일본 등 투자·무역 확대, 한국인 전문직 비자 확대 등 양국 경제협력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핵추진잠수함 등 외교·안보 협의가 로비 때문에 지연됐다는 의혹엔 "명백한 거짓"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