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불펜 투수 박진형(32)이 무려 1834일 만에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아직 건재하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진형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5-5로 맞선 9회말 6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구원승을 따냈다. 이는 롯데 소속이던 지난 2021년 4월 21일 사직 두산전 이후 약 5년 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9회 2사 이후 안타를 맞았으나 전준우를 3루 땅볼로 돌려세운 박진형은 10회말 위기를 맞았다. 1사 이후 손성빈과 전민재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득점권에 몰렸다. 다음 박승욱을 범타로 처리한 뒤 한태양까지 삼진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11회초 오선진의 스퀴즈 번트로 리드를 잡아 박진형이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박진형은 "위기 상황이었는데 2이닝을 잘 막아내고 승리까지 하게 되어 기쁘다"며 "5년 만이라는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팀이 이긴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여기서 실점했다면 정말 슬펐을 것 같은데, 그래도 롯데를 상대로 이겨서 더욱 뜻깊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진형은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2이닝을 책임졌다. 그는 "두 번째 이닝에서 한 두 타자만 상대한 뒤 유토가 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투수 코치님께서 올라오셔서 '네가 다 막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에 힘을 얻어 젖 먹던 힘까지 사용해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팀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건재함을 과시한 박진형은 "롯데 팬분들과 키움 팬분들에게 제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마지막 타자 한태양을 잡았던 순간을 가장 짜릿했던 장면으로 꼽은 그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직구 대신 커브를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1834일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박진형의 시선은 이제 팀의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