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렸던 고양 소노를 구해낸 건 에이스 이정현(27)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배짱이었다. 경기 종료 0.9초 전, 이정현은 자신이 직접 제안한 작전을 완벽히 수행하며 짜릿한 결승 득점을 만들어낸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소노는 10일 오후 4시 30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전자 2025~20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부산 KCC를 81-80으로 꺾었다. 이정현은 이날 결승 자유투 포함 22득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정현은 "백투백 경기로 몸이 힘들었고 3차전까지 3패를 당하며 심리적으로 복잡하고 부담이 컸다"며 "3차전을 1점 차로 내준 타격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 10점 차 리드를 뺏기고도 다시 뒤집어 승리한 기억이 5차전에 더 좋은 결과를 낼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장 극적이었던 장면은 종료 직전 마지막 작전 타임이었다. 손창환 감독은 앞서 "경기 중 이정현이 낸 아이디어를 보완해 즉석 패턴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현은 "시간이 워낙 적은 상황이라 할 수 있는 패턴이 많지 않았다. 급하게 준비한 패턴이었는데 감독님이 잘 받아주셨고, 실전에서 움직임이 그대로 나와 자유투까지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자유투 상황에 대해서는 에이스다운 담대함을 보였다. 이정현은 "앞서 자유투 2개를 놓친 부분이 아쉬워 부담감이 컸지만, 1구가 들어가면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2구는 일부러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종료 3.3초 전)허훈 형이 자유투를 던질 때 제발 들어가지 않기를 원했다. 비록 남은 시간은 적었지만 소노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고 덧붙였다.
상대 팀 KCC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이정현은 "KCC 핵심 선수들이 정말 많은 시간을 뛰는데, 역할 분담을 통해 체력을 지키며 경기를 잘 풀어간다. 같이 뛰면서도 그 저력이 느껴진다"며 "정신력 싸움에서 소노가 하위권부터 여기까지 올라오며 발전한 부분이 오늘 승리로 증명된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정현을 깨운 것은 팬들의 진심이었다. 그는 "점심 미팅 때만 해도 선수들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5차전 티켓팅이 열리자마자 전석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팬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게 4차전 승리로 이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나 일하면서 올라가고 싶다"던 손창환 감독과 일화도 언급했다. 이정현은 "감독님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계속 비디오를 보신다. 피곤하지만 옆에서 선수들도 한 번씩 같이 보게 된다. 그런 것들이 쌓여 감독님의 능력과 선수들의 조화가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소노의 목표는 안방 고양에서 리버스 스윕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정현은 "스윕을 당하지 않아 다행이다. 다시 홈으로 돌아가는 만큼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서 다시 부산(6차전)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목표는 일단 눈앞의 5차전 승리다. 4차전에서 보여준 에너지와 집중력을 잊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