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새 안방마님' 김건희(22)가 프로 데뷔 첫 만루포로 팀의 4연승을 이끈 뒤, 당찬 포부와 함께 겸손한 속내를 전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나서고 싶다는 솔직 발언도 함께 남겼다.
김건희는 2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 경기에 6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0-0으로 맞선 3회말 팀에 승리를 안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자신의 데뷔 첫 만루 홈런이자, 팀의 시즌 첫 4연승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김건희의 활약에 힘입어 키움은 6-0으로 완승하며 NC 다이노스를 제치고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최근 허인서(23·한화 이글스) 등과 함께 KBO리그를 이끌 차세대 포수로 급부상한 그는 곧 열리는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승선 여부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건희는 이번 시즌 키움이 치른 46경기 가운데 43경기에 나서 타율 0.227(132타수 30안타) 4홈런 2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313에 달할 정도로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포는 물론이고 최근 4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국가대표 발탁에 대한 열망을 묻는 질문에 김건희는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은 것은 맞지만 조심스럽다"면서 "지금은 소속 팀이 이겨야 한다. 기대는 하고 있지만 제가 설레발칠 위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행동 하나하나, 플레이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갖고 겸손하게 잘하겠다"며 의젓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당찬 모습 뒤에는 부진을 이겨내기 위한 남모를 눈물과 노력이 있었다. 지난 5일 삼성전부터 15일 NC전까지 무려 10경기 연속 무안타라는 침묵에 시달렸던 김건희는 "내 나이에 슬럼프라는 말을 꺼내기는 조심스러웠다. 못하니 그냥 '내 실력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다"고 덤덤히 털어놨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분해서 집에 가지 못하고 홈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잠을 청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는 "혼자 앉아서 '오늘 왜 못 했지' 생각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잘하시는 선배님들과 다른 팀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빨리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버텨온 과정을 돌아봤다.
그를 다시 이렇게 세운 것은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김건희는 "강병식 수석코치님께서 '삼진 먹을 용기로 해라. 수비 잘해주고 있으니 타격은 덤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퓨처스에 내려가셨다가 1군에 다시 올라오신 (이)형종 선배님께서도 힘들 때 가장 먼저 전화를 주셔서 '임시 주장의 무게감을 혼자 다 짊어지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주변의 도움 속에 부진의 터널을 뚫고 나온 김건희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팀원들과 함께 밝게 웃을 가을야구를 꿈꾸는 김건희의 시선은 이미 '오늘의 승리'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