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LG 트윈스의 복귀 제안을 정중히 고사하고 메이저리그 등판이라는 꿈을 위해 미국 잔류를 선택한 고우석(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톨레도 머드헨스)이 완벽한 투구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트리플A 승격 이후 5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며 빅리그 재진입을 향한 그야말로 '무력 시위'를 벌였다.
고우석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 위치한 피프스서드필드에서 열린 '2026 마이너리그'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와의 홈 경기에 팀이 5-2로 앞선 8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 삭제였다. 고우석은 8회초 선두 타자 데이비스 웬젤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후속 타자 타일러 캘리한 역시 2루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라파엘 플로레스 주니어는 예리한 커브(시속 80.2마일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이날 고우석이 던진 공은 단 12개(스트라이크 6개)에 불과했으며, 최고 구속은 94.2마일(약 152km)까지 찍혔다. 전날 연장 승부치기 등판에 이은 2연투였음에도 구위와 제구 모두 합격점이었다.
이달 초 트리플A로 승격된 이후 고우석은 5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플A 개막 직후 첫 두 차례 등판에서 각각 81.00, 20.25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어느덧 2.61까지 뚝 떨어졌다. 이번 시즌 더블A 기록을 포함한 고우석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5경기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으로 리그 수준을 불문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우석이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외로운 분투와 다양한 매력은 디트로이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더블A 시절에는 13⅔이닝 동안 무려 22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무시무시한 구위를 과시하더니, 트리플A 승격 이후에는 3이닝-2이닝-2이닝을 차례로 소화하며 '멀티 이닝' 소화 능력까지 입증했다.
여기에 위기관리 능력과 연투 능력까지 더해졌다. 바로 전날인 21일 경기에서는 2-2로 맞선 연장 8회초 무사 2루 승부치기라는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 등판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냈고, 22일에는 곧바로 연투에 나서 1이닝을 완벽히 지웠다. 불펜 투수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한 달 사이에 전부 보여준 셈이다.
사실 고우석에게는 편안한 '유턴 경로'가 있었다. 2023시즌 LG의 통합 우승을 이끈 뒤 포스팅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고우석은 트레이드와 방출 대기 등 고진감래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친정팀 LG는 이번 시즌 부동의 마무리 유영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마당쇠 역할을 해줄 투수가 절실해졌고,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고우석에게 복귀를 제안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정중히 거절한 뒤, 외로운 도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 고우석의 페이스라면 기회는 무조건 올 수밖에 없다. 야구계에 따르면 고우석은 옵트아웃(계약 파기 후 FA 선언) 조항을 갖고 있다. 이를 행사해 불펜 보강이 급한 다른 구단과 계약을 타진하거나, 디트로이트 구단이 그를 가치 있는 트레이드 칩으로 활용해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시키는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해졌다. 친정팀의 제안을 뿌리치고 미국 마운드에 홀로 서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고우석의 '빅리그 재입성'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