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했던 성격도 바꿨다. 유일한 취미도 아내와 놀러다니는 것이고 부상도 아내에게 선물하겠다는 생각이다.
조건휘(34·웰컴저축은행)는 2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027시즌 개막 투어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조재호(46·NH농협카드)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12-15, 3-15, 15-4, 15-12, 15-12, 12-15, 11-4) 대역전승을 거뒀다.
2024-2025시즌 8차 투어(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 이어 다시 한 번 조재호를 잡아내고 1년 3개월 만에 세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원. 누적 상금은 4억 9550만원으로 상금 랭킹 기존 9위서 6위로 뛰어올랐다. 조건휘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 시즌 마지막 대회인 왕중왕전(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한 경기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128강서 고상운을 상대로 애버리지 3.462를 기록한 이태희가 수상했다.
결승전 초반 두 세트는 조재호가 앞섰다. 첫 공격 2득점 이후 꾸준히 득점을 내며 점수를 쌓은 조재호는 19이닝 장기전 끝에 15-12로 기선을 잡았다. 2세트에선 몸이 풀린 듯 3이닝 4-3 상황서 3차례 뱅크샷을 포함한 하이런 11점으로 단 3이닝 만에 15-3, 세트스코어 2-0으로 격차를 벌렸다.
패색이 짙던 조건휘가 대반격에 나섰다. 3이닝까지 5-3으로 리드하던 조건휘는 5이닝 7득점으로 12-4, 6이닝에서 남은 3점을 채워 15-4로 승리를 따냈다. 4세트에서도 8이닝 5-12로 밀리던 상황에서 행운의 샷을 더한 하이런 10점을 뽑아내며 15-12로 역전 승리, 세트스코어 2-2 균형을 맞췄다.
두 세트 연속 승리를 따낸 조건휘가 여세를 몰아 5세트까지 가져가며 우승에 다가섰다. 초구 5득점으로 시작한 조건휘는 3이닝 공타를 제외하고 8이닝까지 꾸준히 득점을 쌓아 8이닝 만에 15점을 채웠다. 조재호가 12점에 그쳐 15-12 조건휘가 세트스코어 3-2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패배에 몰린 조재호가 다시 추격에 성공했다. 6세트 선공을 쥔 조재호는 7이닝까지 9-12로 몰렸으나 8이닝 공격서 하이런 6점을 쌓아올려 15-12, 승부를 7세트로 끌고 갔다. 그러나 4이닝 4-3 상황에서 시도한 조재호의 뒤돌리기가 실패하면서 장타 연결에 실패했고, 조건휘가 기회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뱅크샷을 포함한 하이런 7점을 뽑아내며 11-4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세트스코어 4-3 대역전에 성공했다.
조건휘는 "너무 기쁘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 이어서 시즌 개막전부터 결승전에 올라와서 좋다. 부상 수상도 너무 기쁘다"며 "아직도 더 연습해야 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몰랐던 부분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정신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을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배치를 생각하면서 공을 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0-2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조건휘는 "매번 경기가 끝나고 상대 선수와 악수할 때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승전도 0-2로 지고 있을 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고 짜릿한 역전극의 비결을 전했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도록 성격도 바꿨다. 크나 큰 이유로 아내의 존재가 있었다. "과거에는 많이 다혈질이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나에게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물론 나도 인간이고 선수다보니 패배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5분 안에는 잊으려고 노력한다. 더 깊게 생각하면 좋지 않다"며 "시합으로 인해 많이 예민해진 시기가 있었다. 그러면서 아내를 비롯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성격을 바꾸려고 했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지만, 후딱 잊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우승 상금 1억원도, 부상으로 받은 중형 전기차 SUV 1년 이용권 또한 아내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조건휘는 "다 아내에게 줄 계획이다. 나는 차가 있어서 부상도 아내에게 줄 계획이다. 아내가 회사와 집 거리가 멀다. 아내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사랑꾼의 면모를 보였다.
자신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항상 당구장에 가 있으니 옷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 어릴 때는 명품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항상 연습장에서 있고, 초크 가루가 묻으니 매번 드라이크리닝이 필요하다. 그냥 저렴한 옷이 나은 것 같다. 요즘에는 딱히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취미 또한 아내와 함께 하는 것들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하고, 연습장에 10시에 가면 밤 9시에 집에 들어온다. 집에 들어오면 씻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는 게 하루 일과의 끝"이라며 "가끔 아내와 놀러가는 거 외에는 집에만 있는다"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팀 웰컴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조건휘는 "웰컴저축은행에서 뽑아줘서 기쁘다. 팀 컬러가 빨간색인데 나랑 잘 맞는 것 같다"며 "팀리그에서도 개인투어 만큼 열심히 잘 하겠다. 팀이 바뀌었는데,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김종원 선수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정상궤도에 올라선 듯한 모습이다. 조건휘는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 특별히 시합이라고 연습을 많이 했다기보다는 평상시처럼 하려고 했다. 평상시처럼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당구 연습을 계속 했다. 그런 과정이 몸이 베여서 부담이 덜 됐다. 마음 가짐을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먹고 있다"면서도 올 시즌 목표에 대해 "한 번 더 우승하도록 하겠다(웃음). 대회 후반부에 우승하는 걸 목표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26-2027시즌 개막 투어가 마무리된 가운데, PBA는 내달 3일부터 9일간 강원도 정선에서 시즌 2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을 개최한다.